文대통령 업무보고서 "다른 날 회의 하자"…"의원출신 장관들 역할 해달라"
'다둥이' 공무원과 깜짝 오찬…"다들 애국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서 열리는 회의를 준비하는 공무원들의 업무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을 지적하며 해결 방안의 하나로 평일 중 월요일이 아닌 다른 날에 회의를 여는 아이디어를 내 눈길을 끈다.

이런 아이디어는 31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업무보고에 앞서 청와대 참모들과 부처 장관, 여당 의원들과 티타임을 하는 자리에서 나왔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토론 시간을 늘리는 대신 부처의 보고 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업무보고가 이뤄져 준비가 수월하게 이뤄진 데 감사의 뜻을 표하자 문 대통령이 말문을 열었다.

문 대통령은 "전체를 다 보고하면 준비에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공무원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국회에서 월요일에 회의를 열면서 그 자료를 요구하니까 그 준비를 일요일에 해야 한다더라"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이유 때문에 참모들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월요일에 열리는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오전이 아닌 오후에 개최한다.

문 대통령은 "평일 같으면 밤늦게 일하든 새벽까지 하든 '그러려니' 하는데 월요일 아침 회의를 준비하려고 일요일에 출근해 늦게까지 일하면 정말 힘들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요일 오전에 상임위를 비롯해 비공개 당정협의 등이 열리면 공무원들의 업무부담이 그만큼 늘게 된다는 뜻이다.

듣고 있던 참석자들은 문 대통령의 말을 거들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당 정책위의장이 월요일에 회의를 안 하는 거로 얘기하면 (어떻겠나)" 라고 말했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환노위는 월요일에 회의를 안 한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그거는 우리가 간섭하기 어려우니 의원 출신 장관들이 조금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국회 뿐만 아니고 상급기관, 상급자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라며 "공무원이 밤샘까지 할 각오는 돼 있지만 그걸 평일에 하게 해주면 그나마 '그러려니' 하게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화에선 이에 덩달아 여야가 신경전을 벌였던 국감 시기 이야기도 나왔다.

박 장관은 "(추석 뒤로 국정감사가 잡혀) 관가에서는 추석 연휴가 다 날아갔다"고 하소연했다.

대통령의 제안에 당 정책위의장인 김태년 의원은 "월요일에 회의를 하는 문제는 국회에서 공론화해 한번 상의를 해야겠다"고 구체적인 계획을 내놨고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입이 간질간질했는데 대통령께서 말씀해주시니 좋다"고 말했다.

티타임에 앞서 문 대통령은 '다둥이' 공무원과 예정에 없던 '깜짝' 오찬을 했다.

시작 40분 전에야 오찬 소식을 전해 들은 공무원 200여 명은 미리 구내식당 입구를 차지했고 이들은 문 대통령이 도착하자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가 하면 악수를 청하며 반가워 했다.

일부 직원과는 '셀카'를 함께 찍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식당에 들어서서 직접 식판을 들고 밥과 반찬을 담았고 참모들도 문 대통령의 뒤를 따랐다.

대통령은 식사가 끝난 후에도 직접 식판을 들고 퇴식구로 향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저출산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를 높이고 출산과 양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환기하는 한편, 정부부터 이를 솔선수범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자리"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다들 애국자들"이라면서 "국가 행정이란 격무를 수행하면서 다자녀를 양육하는 등 일과 가정을 양립해줘 무엇보다 고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육아에 고충은 없는지를 묻는 대통령의 말에 공무원들은 보직 우선 선택 기회, 대학 교육비 지원과 같은 제도를 마련해달라고 건의했다.

문 대통령은 "제가 세 명 이상부터는 대학교까지 책임지겠다 공약했는데 잘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임기 내에 그건 제대로 완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kj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