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된 빅터 차, 대북 포용정책 반대하는 '매파'
주한(駐韓) 미국대사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빅터 차 미 조지타운대 교수 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56·사진)는 워싱턴 정가의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로 통한다. 대북 포용정책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와 마찰을 빚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외신은 29일(현지시간)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빅터 차 교수의 내정 절차가 오랫동안 진행돼 왔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곧 내정 사실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주한 미국대사직은 마크 리퍼트 전 대사가 그만둔 뒤 8개월간 비어 있었다.

차 교수가 내정되더라도 상원 인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서울에 부임하기까지 최소 3~6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인준을 거쳐 공식 임명되면 성 김 전 주한 미국대사에 이어 두 번째 한국계 대사가 된다.

외신은 “북한 핵 미사일의 미 본토 타격 위협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가장 큰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 그의 임명이 이뤄지게 됐다”고 보도했다. 차 교수는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아직 내정 사실을 확인할 수도, 인터뷰할 수도 없는 처지”라며 “한국이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시기에 놓여 있다고는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차 교수는 북한에 대한 무력 사용에 반대하지만 대북 포용정책으로 핵 동결을 이룰 수 있다는 주장에도 회의적이다. 2002년 미국이 북핵 문제를 방관하지 말고 강력하게 개입할 것을 주장한 이른바 ‘매파식 관여(hawk engagement)’ 정책을 제시했다.

그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2기인 2004년 12월 백악관에 들어가 한반도 및 동아시아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국장으로 일했다. 북핵 6자회담과 북·미관계 정상화 실무회담 대표로도 활약했다. 지난달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자 “대북 포용정책이 북한의 미사일과 핵실험을 중단시키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에 대해서도 최대 압박을 주장한다. 최근 ‘중국이 북한 대신 대가를 치르게 해야’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미국이 북한을 다루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중국을 압박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주한미군 철수 카드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차 교수는 트럼프 대선 캠프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이사로 몸담았던 CSIS의 존 햄리 소장이 차 교수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 교수는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미는 인사와 막판까지 경합을 벌이다 배넌이 지난 18일 전격 경질되면서 내정이 결정됐다는 후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이 조기 전역해 곧 호주대사로 임명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해리스 사령관은 “대북 군사옵션이 언제든 준비돼 있다”고 말한 군부 내 대표적 강경론자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이 미국의 대북 강경파 대사 파견으로 견제받게 됐다”고 평가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