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첫예산] 경찰 3500명·부사관 4천명 늘린다…공무원 증원 시동
중앙직 1만5천명·지방직 1만5천명 충원…인건비 4천억원 반영
공무원 임금 인상률, 국장급 이하 2.6%…올해보다 0.9%포인트 낮아

문재인 정부가 공무원 일자리 증원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내년도 국장급 이하 공무원 임금 인상률은 올해보다 1%포인트 가까이 낮게 잡았다.

기획재정부가 29일 발표한 '2018년 예산안'을 보면 정부는 내년 국민 생활, 안전 분야 중앙직 공무원 1만5천명, 지방직 1만5천명 등 총 3만명을 충원할 계획이다.

예산에는 중앙직 공무원 충원에 따른 인건비 4천억원만 반영됐다.

현재 공무원 인건비로 35조8천억원을 쓰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에 중앙직 공무원 1만5천명이 늘어나며 이 금액이 36조2천억원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지방직 공무원 채용에 따른 인건비는 고려되지 않았다.

정부는 지방직 공무원을 지방자치단체가 증원하도록 유도하고 인건비는 정부가 지자체에 내려보내는 지방교부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활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가 공무원 증원에 나선 것은 취업에 애를 먹는 청년들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청년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자 공무원을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 취임 후인 지난달에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내년부터 2022년까지 앞으로 5년간 공무원 17만4천명을 추가로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는 국민의 세금으로 '철밥통' 공무원 일자리만 늘린다는 비판의 소지를 줄이고자 경찰, 부사관, 근로감독관, 질병 검역, 출입국 관리 등 치안이나 국민 생활과 관련된 공무원만 늘리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여기에는 소방, 경찰, 복지 분야 공무원들이 부족해 업무 과다로 고통받고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대국민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치안·복지를 확대하기 위해 이들 분야로 한정된 공무원 늘리기는 부정적인 측면보다 긍정적인 영향이 크다는 것이 현 정부의 판단이다.

앞서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편성한 11조3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에서 중앙직 공무원 2천575명을 증원하기로 한 바 있다.

올해 추경이 문재인 정부의 공무원 증원을 알리는 신호탄 수준이었다면 내년 예산안에 반영된 공무원 일자리 확대는 본격적인 '스타트'다.

내년 채용부터 5년간 공무원 17만4천명 증원 로드맵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채용 인원을 세부적으로 보면 정부는 파출소·지구대 순찰인력을 중심으로 경찰관 3천500명을 늘리기로 했다.

아울러 군 구조개편 등과 연계해 부사관 4천명을 증원하고 근로감독관, 질병 검역, 건설·화학 안전, 세관·출입국 관리 등 생활·안전 밀접분야에 총 6천800명을 증원할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의 공무원 증원 방침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당장 예산엔 9급 채용 인건비만 반영됐지만 공무원 급여 인상 수준이나 추후 연금 등을 고려하면 당장 지금보다 앞으로 더 많은 재원이 투입돼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재정 대부분이 세금으로 충당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국민에 더 큰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란 지적이다.

정부가 공무원 채용을 늘리겠다고 밝힌 이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인 '공시족'이 더 많이 늘어났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9급 공무원을 조금 더 늘려 채용하는 것이 많은 청년의 성향을 바꾼다거나 진로를 바꾼다고 보지 않는다"며 "(소방·경찰·복지 등) 분야의 위험을 조금 더 분산하고, 많은 사람이 업무를 분담하는 걸 꼭 나쁘게 보는 건 지나치게 잔인하지 않은가"라고 설명한 바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24일 2018년도 예산안 사전 브리핑에서 "공무원 일자리 늘리기를 추경, 내년 예산안에 담았는데 그와 동시에 인원 재배치 등 조직관리 등 공공부문 효율화를 위한 개혁도 해야 한다"면서 부작용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내년 공무원 임금 인상률을 국장급 이상 2.0%, 국장급 이하 2.6%로 정했다.

이 같은 임금 인상률은 2014년 1.7% 이후 가장 작은 것이다.

최근 3년인 2015년∼2017년에는 임금 인상률이 각각 3.8%, 3.0%, 3.5%로 모두 3%대였다.

정부가 공무원 임금 인상률을 작게 잡은 것은 공무원 신규 채용 확대에 따른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가뜩이나 국민의 세금으로 공무원 일자리를 늘리는 데 따가운 시선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공무원들도 고통을 어느 정도 분담해야 한다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내년 최저임금이 16.4% 뛰는 상황에서 공무원 임금 인상률이 주춤하며 9급 공무원 월급이 최저임금보다 낮아지는 역전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기본급만 따지면 내년 9급 1호봉 공무원의 기본급은 월 143만2천90원 수준이다.

이를 법정 근로시간 월 209시간(주 5일 8시간 근무)으로 나눠보면 단순 계산상 시급은 6천852원으로, 내년도 최저임금(시급 7천530)원에 미치지 못한다.

물론 공무원은 최저임금 적용대상이 아니고 기본급에 직급 보조비, 각종 수당, 복리 후생비가 추가돼 실제 총급여는 더 많다.

그러나 실질적 형평성 차원에서 하위 공무원의 임금을 최저임금 인상에 맞춰 대폭 늘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porqu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