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출신이… 여당 내부서도 "추 대표가 너무 오버했다"
서울 여의도 정가에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출소 후폭풍이 거세다. 지난 22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 전 총리 출소와 관련, “기소도, 재판도 잘못된 억울한 옥살이”라고 포문을 연 뒤 여야 간 거친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해찬·문희상 의원 등 여당 의원 20여 명을 포함한 한 전 총리 지지자 200여 명은 23일 새벽 노란색 풍선을 들고 의정부교도소 앞에 집결해 만기 출소한 한 전 총리를 뜨겁게 맞았다. 한 전 총리는 2007년 한신건영 대표 한만호 씨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9억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은 전원일치로 유죄 판결을 내렸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24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정부 인사에게 정치 보복을 하는 과정에서 한 전 총리가 희생된 것”이라며 “법적 절차로 재심청구가 있는데 그것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한발 더 나아갔다.

추 대표를 비롯한 일부 인사의 이 같은 발언은 ‘사법 체계 부정’으로 받아들여지며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사법부의 독립권 침해며 법치주의와 헌법을 흔드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런 염치없고 부끄러움 없는 후안무치한 태도가 바로 신(新)적폐”라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 내에서조차 “너무 오버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당내 한 중진 의원은 “특별한 증거도 없이 사법부 판결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여당 대표로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날 ‘유죄판결은 사법적폐’라며 한 전 총리 관련 발언을 잇달아 내놓은 지도부도 이날은 언급을 삼갔다.

추 대표의 발언이 문제가 된 적은 이번뿐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국민의당의 ‘문준용 씨 의혹 제보 조작’ 자체 조사에 대해 ‘머리 자르기’라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여당 대표인 그의 발언이 검찰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추 대표는 1985년부터 10년간 판사로 재직하다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눈에 띄어 정계에 입문했다. “추 대표가 사법부에 몸담고 있을 때는 그랬는지 모르지만 사법부를 매도한 추 대표는 즉시 사퇴해야 한다”는 한 야당 의원의 말이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