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이회창 회고록' 출간기념회에서 회고록에 담긴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이회창 회고록' 출간기념회에서 회고록에 담긴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1997년 대선 전에 찾아와 한나라당에 입당해 정치를 하고 싶다고 했고, 나는 그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이 전 총재는 22일 출간한 자서전 《이회창 회고록》에서 이같이 밝히고 “박 전 대통령을 정치에 입문시킨 사람은 나라고 할 수 있다”고 썼다.

이 전 총재는 회고록에서 박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상세히 소개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의 첫인상에 대해 “매우 차분하고 침착했으며 부모님이 모두 비명에 가신 참담한 일을 겪었는데도 어두운 이미지는 전혀 없었다”고 회고했다. 박 전 대통령을 영입한 이유에 대해선 “한나라당의 외연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15대 대선 직전인 1997년 12월10일 한나라당에 입당하면서 당시 이회창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듬해 4월 대구 달성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며 본격적인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2002년 2월 이 전 총재의 ‘제왕적 지배’를 비판하며 탈당하는 등 두 사람 관계는 애증을 오갔다.

이 전 총재는 박 전 대통령의 당선 이후 행보에 대해선 회고록에서 강하게 비판했다. 이 전 총재는 “그가 대통령까지 되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대통령이 된 뒤 국정 운영하는 모습을 보면서 곧 실망했다”고 했다. 이어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탄핵 사태로까지 진전되는 상황을 보면서 그의 실질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실감했다”며 “그는 대통령이 되려는 권력 의지는 강했으나 좋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권력 의지는 약했다”고 평가했다.

박 전 대통령이 재임 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에 대해 ‘배신의 정치’를 언급하며 사퇴를 압박한 일에 대해서도 “(유 의원이) 소신을 지키고자 한 것이 왜 배신자인가”라며 박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자신에게 대선 패배를 안긴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선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 전 총재는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으로 탄생한 김대중 정부가 대한민국에 과연 무슨 기여를 했나”며 “김대중 정부에 이어 노무현 정부, 이른바 진보정권·좌파정권이 잘못된 남북관계를 설정해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는 데 일조했다”고 꼬집었다. 반면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해선 “동물 같은 정치적 후각을 가졌으면서도 약간의 이상주의자적 면모도 아울러 가지고 있는 정치인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전 총재는 이날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서툴러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쓴소리를 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홍보하는 데만 너무 치중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걱정스럽다”며 “원전 폐기를 바로 할 것처럼 했다가 검토하겠다고 하는 등 장기적인 국가 정책을 즉흥적으로 발표하고 나중에 말을 바꾸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소현 기자 ks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