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탄핵, 보수 아닌 박근혜 책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사진)는 21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옛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이 보수주의 가치를 배반했다”고 밝혔다.

이 전 총재는 22일 출간하는 자서전 《이회창 회고록》에서 “탄핵 사태의 주된 책임자는 누구인가. 바로 탄핵당한 박 전 대통령”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다음 책임자는 새누리당”이라며 “새누리당 지도부는 박 전 대통령의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당 관리 체제에 유유낙낙 순응하면서 한 번도 제대로 직언하지 못하는 나약한 행태로 최순실 일당이 대통령을 에워싸고 국정을 농단하는 기막힌 일을 가능케 했다”고 지적했다.

이 전 총재는 박 전 대통령 탄핵사태 이후 대두된 보수주의 책임론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번 사태가 보수주의의 책임인 것처럼 보수주의를 공격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정말로 책임지고 반성해야 할 사람은 보수주의 가치에 배반한 행동을 한 정치인들이지 보수주의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전 총재는 빈부 격차 등 양극화 해소를 보수의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자기 개혁의 길을 가는 것이 진정한 보수의 모습”이라며 “좌파가 선호해 온 정책이라도 정의에 반하지 않고 국민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과감하게 도입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1997년 15대 대통령선거에서 자신에게 패배를 안긴 김대중(DJ) 전 대통령에 대한 기록도 남겼다. 이 전 총재는 DJ의 햇볕정책을 비판하면서 “보수는 대북 지원과 협력을 북의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폐기와 연계하는 상호주의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전 총재는 김대중 정부 시절 야당을 겨냥한 사정 바람, 국회의원 빼가기 등의 일화도 회고록에 담았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