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각발사로 인한 고압때문에 해체…"정상궤도땐 재진입 문제없을 것으로 판단"
재진입 기술 입증위해 태평양상으로 최대사거리 발사 감행 예상


북한이 지난달 28일 쏜 대륙간탄도탄(ICBM) 화성-14의 재진입체가 대기권 재진입에 실패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고각 발사 때문이며, 정상 궤도로 날린다면 미대륙 목표 지점을 타격할 수 있을 것으로 미 중앙정보국(CIA)은 판단하고 있다고 외교전문 매체 디플로매트가 지난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달 초 배포된 CIA의 기밀 평가서 내용에 정통한 미 정부 소식통들을 인용, 화성-14 재진입체가 해수면에 떨어지기 전에 해체돼 소멸한 이유는 고각 발사로 인해 재진입체가 받는 압력이 과중해졌기 때문으로 CIA는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북한이 지금까지 2차례 시험 발사한 화성-14의 비행 궤적에 대한 관측을 토대로, CIA 평가서는 북한의 재진입체 기술이 최소에너지 궤도로 발사 시 재진입에 문제가 없을 만큼 충분히 발전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평가는 미국의 국가항공우주정보센터(NASIC)가 "지상, 해상, 공중 감지 장치들을 통해 수집한" 자료로도 뒷받침된다고 한 소식통은 이 매체에 밝혔다.

탄두를 탑재한 재진입체는 지구 대기권을 뚫고 하강할 때 거대한 고압과 고온을 견뎌야 하는데 북한이 화성-14의 최대사거리를 입증하면서도 동해 상에 떨어지게 하려고 최고 고도 3천700km까지 올라가게 고각 발사를 했기 때문에 재진입체 구조에 가해지는 압력이 정상 발사보다 과도해졌으리라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달 28일 화성-14 발사 후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실제 최대사거리 비행조건보다 더 가혹한 고각 발사 체제에서의 재돌입 환경에서도" 전투부(탄두부)의 유도 및 자세 조종이 정확히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지난달 4일 화성-14 첫 시험발사 후 "전투부는 그 어떤 구조적 파괴도 없이 비행하여 목표 수역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당시 미 정보기관들은 과장된 주장이라고 반박했었다.

그러나 디플로매트는 당시 재진입체가 고도 1km 언저리 상공에 내려올 때까지 유지되고 있었다며, 30kt 폭발력의 핵탄두라면 이 고도에서 공중폭발을 통해 목표 지점 타격에 성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플로매트는 북한이 지금까지는 일본 상공 비행을 피하려고 미사일을 동해에 떨어지도록 했지만, 재진입 기술 입증을 위해 곧 태평양 상공으로 ICBM인 화성 14는 물론 중거리미사일인 화성 12의 최대사거리를 비행하는 시험발사를 감행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CIA 평가서 역시 북한이 화성 14의 추가 시험발사를 통해 최대사거리 비행 시 재진입 능력을 입증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군사행동 시사 발언 와중에 미 정보기관들이 잇따라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내부 기밀 평가를 언론을 통해 외부에 공개한 것에 대해 일부에선 이라크 침공 때처럼 대북 군사행동 명분 제공용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으나, 그와 반대로 대북 조치 논의에 신중을 기하도록 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 같다고 정치전문지 폴리티코가 16일 보도했다.

북한이 지금 당장 미국의 도시들을 핵무기로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한 것으로 정보기관들이 평가하고 있는 만큼 '예방전쟁'의 기회는 이미 사라졌고 '선제타격' 역시 북한의 보복무기가 하나로 남지 않도록 전부 파악해 일거에 없앨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 한 매우 위험한 일이 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북 군사 타격 논의보다는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안정적인 대북 억지력을 확립할 필요성을 인식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최근 공개된 미 정보기관들의 최신 기밀 평가 3가지 중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성공은 미국의 모든 정보기관이 합의한 평가다.

그러나 핵탄두 60개 분량의 핵물질 보유는 국방정보국(DIA)과 국가지리정보국(NGIA)의 공동 평가이며, 재진입 기술 보유는 CIA의 평가로 다른 모든 정보기관도 동의한 것들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이 매체는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