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방연구원(KIDA)은 “북한이 지난 7월28일 기습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이 대기권 진입에 실패했다”고 17일 분석했다.

이상민 KIDA 연구원은 이날 내놓은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에 따른 김정은의 득과 실’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재진입 실패의 근거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융제(강렬하게 가열되는 물체의 표면이 녹은 뒤 증발해 질량이 감소하는 현상)에 따라 발생하는 수천 도의 고온 플라즈마 흔적이 대기층에서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거 미국과 러시아가 공개한 미사일 시험발사 자료를 보면 낮과 밤을 불문하고 융제 현상에 따른 고온 플라즈마 흔적이 일직선으로 길게 나타났다는 게 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두 번째는 재진입체로 추정되는 물체가 일본 홋카이도까지 근접해 NHK 카메라에 포착된 영상을 분석한 결과, 재진입체가 불꽃을 일으킨 뒤 공중에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불꽃이 보이고 나서 공중에서 사라졌다는 점, 이후 추가 폭발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볼 때 모의 탄두가 비정상적으로 폭발했거나 타버렸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는 카메라에서 관측된 폭발 고도가 너무 높아 핵탄두로서 실제 위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표준 핵탄두(약 20kt)가 카메라에 포착된 고도인 3~4㎞에서 터졌다 해도 지상 목표물에 피해를 거의 줄 수 없는 고도이기 때문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김정은이 고체연료 방식의 새로운 ICBM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며, 재진입체 소재로 쓰일 탄소계 복합소재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협력이 절대적”이라고 분석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