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 “美 합참의장 동북지방 방문은 美·中 군사관계 진전 보여줘” > 중국을 방문 중인 조지프 던퍼드 미국 합참의장(왼쪽)이 1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나 양국 군사현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미 합참의장이) 동북지방을 방문한 것은 미·중 군사관계가 진전했음을 보여준다”며 “양국과 양국민 사이의 근본이익뿐 아니라 국제전략의 모든 국면에서 (양국 관계가 미치는) 심각한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AP연합뉴스
< 시진핑 “美 합참의장 동북지방 방문은 美·中 군사관계 진전 보여줘” > 중국을 방문 중인 조지프 던퍼드 미국 합참의장(왼쪽)이 1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나 양국 군사현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미 합참의장이) 동북지방을 방문한 것은 미·중 군사관계가 진전했음을 보여준다”며 “양국과 양국민 사이의 근본이익뿐 아니라 국제전략의 모든 국면에서 (양국 관계가 미치는) 심각한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AP연합뉴스
미국이 16일(현지시간) 북한과 대화하기 위한 3대 조건으로 핵 실험 중단,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중단, 지역 안정을 해치는 도발적 언행 중단을 제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조건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2차 시험 발사를 하며 고조된 한반도 전쟁 위기가 대화 국면으로 전환될지 주목된다.

공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넘어갔다. 오는 21일 시작될 한·미 간 을지포커스가디언(UFG) 훈련이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정은 평가 후 대화 조건 나와

'핵 도발 중단' 대화조건 제시한 미국…"북한 핵보유국 인정은 아냐"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워싱턴DC 내셔널프레스빌딩에서 외신기자회견을 열고 3대 대화 조건을 내놨다.

그는 “미국은 기꺼이 북한과 대화할 것이나 우리는 아직 그 지점 근처에 있지 않다”며 “북한은 핵실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와 역내를 불안정하게 하는 행위를 중단하겠다는 선의와 신념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트위터에 “북한 김정은(노동당 위원장)이 매우 현명하고 상당히 합리적인 결정을 했다”며 “안 그랬으면 재앙적이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평가한 뒤다. 전날 김정은은 “미국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며 미국령 괌 포위 사격 도발 위협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핵보유국으로는 인정 안해

그러나 미국은 대화 조건으로 두 가지를 제외했다. 우선 중국과 북한이 요구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노어트 대변인은 이날 “한·미 군사훈련은 미국이 세계에서 일상적으로 벌이는 훈련 중 하나”라며 “불법적인 핵·미사일 실험과 교환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조건을 제시했지만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노어트 대변인은 ‘한반도 비핵화는 더 이상 미국의 카드가 아니다. 북핵을 수용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의 발언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그는 더 이상 미국 정부에서 일하지 않는다”며 “핵으로 무장한 북한은 어디에도 설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을 방문 중인 조지프 던퍼드 미국 합참의장은 17일 베이징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 “군사적 해법은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정은에게 미국을 위협할 수 있고, 위협을 지속하는 핵탄두 장착 탄도미사일 개발을 허용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북·미 대화 물꼬 트일까

미국의 대화 조건 제시가 북·미 대화의 물꼬를 틀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그동안 여러 채널을 통해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6일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을 통해 북·미 대화를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1일 북한의 대미 협상을 총괄하는 최선희 외무성 미국 국장이 뉴욕 채널을 통해 미국 방문을 추진했다가 불발에 그쳤다고 전했다.

한·미 연합훈련 규모 고민

북한의 일보 후퇴가 그들에게 익숙한 ‘벼랑 끝 전술’의 재현일 뿐 대화를 위한 ‘시그널’로 보기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불사 발언과 중국의 전격적인 대북 경제제재 조치 단행, 미 외교관들의 대화 제의 등으로 북한이 일시적으로 긴장 완화를 택했을 뿐 대화에 나섰다고 보긴 어렵다고 보도했다.

핵전략 전문가인 비핀 나랑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부교수는 “그(김정은)가 협박을 테이블에서 완전히 치운 것 같지 않다”며 “그가 도발로 간주할 수 있는 어떤 일을 미국이 한다면 (괌 포위사격) 계획을 다시 검토해 실행할 태세를 갖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랑 부교수는 그런 계기로 오는 21일 시작되는 한·미 연합훈련인 UFG 훈련을 들었다. 이 훈련에 스텔스폭격기, 항공모함 등 전략자산이 대거 투입되면 북한은 이를 계기로 다시 괌 포위사격 위협 등을 시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던퍼드 의장은 “현재 연합훈련 규모 축소는 북한과의 대화 테이블에 올라있지 않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