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변하는 文대통령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날 회견엔 내·외신 기자 217명이 몰려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 답변하는 文대통령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날 회견엔 내·외신 기자 217명이 몰려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정부가 발표한 증세 방안만으로도 정부의 여러 복지정책의 재원을 감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초연금 인상, 아동수당 신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새 정부의 잇단 복지확대 정책을 놓고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이 결여된 퍼주기식 복지 남발”이라는 지적을 반박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8·2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역대 가장 강력한 대책이어서 부동산 가격을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미래 세대 부담에 대한 언급 없어

새 정부는 지금까지 아동수당 신설, 기초연금 월 5만원 추가 인상,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등 복지 확대에 83조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할 계획을 밝혔다. ‘기분 좋은 선물’을 안긴다는 의미로 산타클로스 정책을 남발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세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이런 우려에 대해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 방침을 이미 밝혔다”며 “지금까지 정부가 발표한 증세 방안만으로 충분히 재원 감당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재원대책 없이 계속해서 무슨 산타클로스 같은 정책만 내놓는 게 아니냐는 걱정들을 하는데 하나하나 꼼꼼하게 재원대책을 검토해 가능한 범위에서 전부 설계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증세를 통한 세수 확대만이 재원대책이 아니다”며 “재정지출의 구조조정, 자연적 세수 확대, 기존 세법 하에서 과세를 강화하는 방식 등으로 조세를 늘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공평 과세, 소득재분배, 추가적 복지재원 확보 등을 위해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정부도 증세를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고 증세 가능성을 열어놨다.

문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이 곧 발표될 텐데 재정 지출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당장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란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미래 세대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더 강한 부동산 대책 있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에서 주거비 안정화를 우선순위로 꼽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정부 동안 ‘미친 전세’ 또는 ‘미친 월세’가 서민들을 괴롭혔다”며 “높은 주택 임대료의 부담에서 서민과 젊은 사람들이 해방되기 위해서라도 부동산 가격의 안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부동산 공급 대책으로는 실수요자 중심의 정책을 마련할 방침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서민 또는 신혼부부, 젊은이 등 실수요자들이 저렴한 임차료로 주택을 구할 수 있고, 주택을 매입할 수 있는 주거복지정책을 충분히 펼치겠다”며 “신혼부부와 젊은 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정책을 준비하고 있고 곧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8·2 대책에 대해서는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추가 부동산 규제가 있다고 경고했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난 뒤에 오를 기미가 보인다면 정부는 강력한 대책을 주머니 속에 많이 넣어두고 있다는 말을 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 부동산 대책으로 재계약 시 임대료 인상률을 연 5% 이내로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 현재 2년인 전세계약 이후에도 2년간 더 살 수 있도록 세입자에게 기회를 주는 ‘계약갱신 청구권’을 공약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보유세 도입에 대해서는 “보유세는 공정과세, 소득재분배라든지 또는 더 추가적 복지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정부도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지금 단계에서 보유세를 부동산가격 안정화 대책으로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