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장성급 인사가 늦어지면서 우리 군의 핵심 지휘관 자리가 비어 있어 안보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육·해·공군을 통합 지휘하는 합동참모본부의 본부장 4개 자리 중 절반이 공석이고 야전을 이끄는 군단장의 절반 이상이 임기 만료 등의 이유로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괌 타격’ 발언으로 한·미 연합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지만 진급에서 배제돼 사실상 일손을 놓은 지휘관 중심으로 오는 21일부터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16일 군에 따르면 지난 8일 대장 진급 및 보직 인사에 따라 4명의 합참 본부장 자리 중 두 자리가 비었다. 김용우 신임 육군참모총장(육사 39기)과 이왕근 신임 공군참모총장(공사 31기)이 각각 맡았던 합참 전략기획본부장과 군사지원본부장이 공석이다. 신임 육군참모총장의 육사 선배인 김용현 합참 작전본부장(육사 38기)은 지난 9일부터 휴가를 떠났다. 이른바 ‘말 폭탄’ 전쟁으로 북·미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지난주에 합참 본부장 4명 중 김황록 국방정보본부장만 자리를 지킨 셈이다.

야전을 이끄는 군단급의 지휘권 공백도 합참 못지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8개 군단 중 3개 군단의 지휘관 자리가 비어 있다. 또 3명의 군단장 임기가 끝났다. 구체적으로 김병주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육사 40기)의 취임으로 3군단장이 공석 상태다. 김운용 신임 3야전군사령관(육사 40기)과 박한기 2작전사령관(학군 21기)의 직전 보직이던 2군단장과 8군단장 자리도 비어 있다. 2·3·8군단엔 부군단장도 없어 선임 사단장이 군단장 직무대리를 하고 있다. 육군 41개 사단(한미연합사 제외) 중 사단장 8명이 임기를 넘겨 근무하고 있다.

정부는 UFG 연습을 이유로 장성 및 고위 공무원 인사를 늦추고 있다. UFG가 끝나는 이달 말 이후 중장급 이하 장군 인사를 한다는 계획이다. ‘공관병 갑질 의혹’과 관련해 1주일 만에 전군의 실태조사를 한 뒤 대응책을 내놓은 것과 대조된다. 전역을 앞둔 지휘관을 중심으로 한·미 연합훈련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