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옵션 발언 자제해야"…'핵동결' 단계적 접근법엔 회의론

미국 외교의 거두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12일(현지시간) 북핵 해법과 관련해 북·미 직접대화보다는 미·중 외교에 주력할 것을 조언했다.

키신저 "北해법, 북미 대화보다 美中 외교…韓목소리도 중요"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이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워싱턴과 베이징의 상호이해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본질적인 선결 조건"이라며 "아시아 지역의 핵무장을 막는 것은 미국보다 중국에 더 큰 이해가 걸린 사안"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 보유는 단순히 미국 안보를 넘어 동북아 지정학을 바꾸는 변수"라면서 "동시에 북한 정권 붕괴는 중국 사회 전반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의 상호이해는 반세기 넘는 한반도의 교착상태를 풀어가는 최고의 방법"이라며 "구체적인 행동을 담은 미·중 공동성명을 통해 평양을 더욱 고립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키신저 전 장관은 특히 "한국과 일본도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맡아야 한다"면서 "특히 한국보다 더 직접적으로 연관된 나라는 없다.(한국은) 중요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대안으로 꼽히는 '북·미 직접대화'와 관련해선 "미국으로서는 최소한의 이익만을 얻을 수 있는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미국내 일각에서 거론하는 군사옵션에 대해서도 "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미군 단독의 선제타격은 중국과의 충돌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고 가급적 발언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또 "비핵화의 중간단계로 '핵실험 중단(핵동결)'을 요구하는 것은 이란식 접근법의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이라며 "단계적 접근법은 북한의 핵 개발 능력을 감퇴시킬 수 있다는 전제에서만 유효하다"고 선을 그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미국의 대표적인 '중국통'으로 꼽히는 인사다.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핵심 관료들에게 "북한 정권의 붕괴 이후 상황에 대해 미국과 중국이 사전에 합의하면 북핵 해결에 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제안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