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는 27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 간 간담회에 대해 “허심탄회한 소통의 장이었다”며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간담회에 참석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행사 직후 본부장급 이상 임원 8명을 소집해 회의를 열어 대화 내용을 공유하기도 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 정도 지나 정책방향 등의 윤곽이 잡히는 상황에서 새 정부와의 간담회가 성사된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며 “새 정부의 여러 현안에 대해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4대 그룹의 한 임원도 “기업들이 경영 과정에 느낀 애로사항을 비교적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권 회장은 이날 저녁 늦게 소집한 임원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기업별 애로를 미리 파악하고 국내 산업 육성 및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참석자들도 국가 경제 발전에 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전했다. 그는 또 “나도 제조업에 스마트 솔루션을 접목해 하이브리드산업으로 육성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했다”며 “일자리 나누기나 비정규직 전환 문제 등을 비용으로만 인식하지 말고 경쟁력 향상을 위한 방안으로 사고를 전환해 적극 검토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간담회 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기업의 입장이나 현안들을 허심탄회하게 말씀드리며 소통할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며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신세계가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는 글을 간담회 사진과 함께 올렸다.

문 대통령은 또 이날 간담회에서 그룹별 현안을 자세히 꿰고 있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얘기들을 끄집어내 참석 기업인들을 놀라게 했다는 후문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현대자동차와 LG화학이 어려움을 겪고 미국의 반덤핑 공세로 포스코가 철강 수출에 애로를 겪는 상황을 대통령이 소상하게 알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다만 이날 생맥주를 두 잔 이상 비운 기업인은 거의 없었다는 후문이다. 긴장한 탓인지 대부분 기업인은 간담회 내내 한 잔을 놓고 앉아 있었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결국 기업에 일자리 창출이나 투자 압박을 한 자리가 된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왔다. 최저임금 및 전기요금, 법인세 인상 등 민감한 현안을 놓고 정작 속 깊은 얘기가 오가긴 힘들었다는 평가도 있다.

장창민/안대규/노경목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