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부자증세' 득될까, 실될까
문재인 정부가 ‘부자 증세’ 프레임으로 증세에 시동을 걸었지만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지지율 하락과 그에 따른 국정동력 약화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서민 증세는 없다”고 공언했지만 역대 정부의 경험을 보면 부자 증세로 출발한 증세 논의가 결국엔 서민 증세로 이어지면서 지지율이 흔들린 경우가 많아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과세표준 5억원 초과 초고소득자뿐만 아니라 3억~5억원 구간의 세율도 38%에서 40%로 인상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를 내세웠다. 그러나 기초연금 확대 등 복지공약을 이행하는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결국 2013년 세제개편안과 2014년 담뱃세 인상을 단행해 역풍을 맞았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8월 소득공제를 축소하고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세제개편안을 내놓으면서 “고소득자에게 더 걷고 저소득자에게 덜 걷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연소득 3450만원이 넘는 근로자 434만 명의 소득세 부담이 16만~865만원까지 늘어나 ‘샐러리맨 증세’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박근혜 정부는 나흘 뒤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과표 기준을 5500만원으로 인상하는 수정안을 발표해 여론을 무마했다. 이듬해인 2014년에는 담뱃세 인상으로 서민들의 지갑을 털었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2014년 11월까지 40%를 웃돌던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2015년 1월 29%로 급락했다. 담뱃세 인상과 소득공제 축소에 따른 ‘13월의 세금폭탄’ 등 연말정산 대란으로 4050세대의 지지율이 하락한 탓이었다.

부자 증세로 시작해 ‘서민 증세’로 역풍을 맞은 대표적인 예는 노무현 정부다. 노 전 대통령은 2005년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한 보유세 강화를 명분으로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도입했다. 당초 9억원이던 과세 기준을 6억원으로 낮춰 세금폭탄 논란에 휩싸였다. 고소득층은 물론 중산층까지 반발해 2006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에서 대패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도 지난 4일 77.4%에서 2주 연속 하락한 72.4%를 기록했다(리얼미터). 증세 범위가 확대되면 지지율이 더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