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록 취임인터뷰] "밥쌀 수입 더 줄이겠다…한미FTA 쌀 재협상 절대안해"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농민들의 강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밥쌀용 쌀 수입 물량을 더 줄이겠다고 밝혔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과 관련해서는 쌀을 포함한 농업 분야는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장관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농식품부 서울사무소에서 연합뉴스와 취임인터뷰를 하면서 "통상 문제여서 쉽진 않겠지만 앞으로 밥쌀 수입량을 더 줄이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20년간 쌀의 관세화를 유예한 대가로 매년 밥쌀용과 가공용을 합쳐 총 40만8만7천t의 쌀을 저율 관세로 수입하도록 국제사회와 합의했다.

이 중 밥쌀 수입 물량은 지난해 기준 5만t이다.

이는 2014년 12만t에 비해서는 크게 줄어든 것이지만, 농민 단체는 수입용 밥쌀이 국내 쌀값을 폭락시킨 주범 중 하나라며 밥쌀 수입 중단을 요구해왔다.

김 장관은 밥쌀 수입 반대 시위에 참가했다가 명을 달리한 고(故) 백남기 씨를 언급하며 "통상 실무자에게 내가 국회의원 출신 장관으로 의원 재직 시절 밥쌀 수입에 반대했고, 이 문제에 대해서는 과거의 농식품부와 입장이 다르다는 점을 전달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농업 분야에 대해서도 한미 FTA 재개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에는 "미국산 과일 등으로 국내 농가 피해가 심각한데 미국이 농업 부분 추가 개방 요구 등 압박을 가하는 건 논리에 맞지 않는다"며 "미국이 개정 협상 요구를 한다면 강하게 대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그러면서 "오히려 우리가 미국에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이 없는지 찾아 역제안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쌀 협상과 관련해서도 "쌀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자존심을 대변하므로 단순한 교역 품목 중 하나로 다룰 문제가 아니다"라며 절대 재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2014년 7월 "앞으로 모든 FTA에서 쌀은 양허 제외 품목으로, 지속적으로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취임 초반에는 농업 분야 최대 현안인 쌀값 회복에 주력할 방침이다.

지난해 쌀값은 80㎏ 기준 12만 원대로 폭락하며 2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는 올해 수확기 쌀값을 끌어올리기 위해 "신곡 수요 초과량 이상의 충분한 물량을 조기에 격리하겠다"며 "구곡 223만t가량도 격리 조치하고 사료용으로 전환하는 등 재고를 줄여나가겠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벼를 다른 작물로 전환하면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쌀 생산조정제를 논 5만㏊에 대해 실시할 방침이다.

내년에 시행 후 검토를 거쳐 2019년에도 시행 면적을 5만㏊ 추가할 계획이다.

5만㏊의 쌀 생산량은 25만t 정도로, 연간 과잉 공급되는 쌀 물량이 28만∼30만t인 점을 고려하면 공급 과잉부터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또 우리나라 성인 1명당 연간 평균 쌀 소비량이 60㎏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내년에 우선 60만 대군의 7년치 식량에 해당하는 생산량을 줄이겠다는 의미다.

김 장관은 쌀값 폭락 여파로 사상 초유로 벌어진 우선지급금 환수 사태에 대해서는 지급 제도를 바꾸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농민들 입장에서는 쌀값이 너무 떨어지게 한 정부 책임도 있다는 것인데, 정서적으로 보면 맞는 얘기"라며 "환수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앞으로는 지급 제도를 바꿔 우선지급금과 변동직불금을 연계해 상계하는 쪽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다만 쌀 직불제로 농업 분야 예산이 집중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농민들이 쌀값 폭락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당장 직불제를 개편할 수 없다"며 "쌀값이 안정되고 나면 공익적 직불제 형태로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열 강종훈 정빛나 기자 sh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