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20년까지 남북 간 비핵화 합의를 도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북핵 동결로 시작해 완전한 핵 폐기를 약속받겠다는 청사진이다. 핵 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반복하고 있는 북한을 상대로 이 같은 정부의 비핵화 전략이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정부는 또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로 못박았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다. 대신 ‘조속히’라는 표현을 통해 조기 환수 시기에 대한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2020년 북핵 폐기 목표…전작권 '임기내 전환'은 한발 빼
◆연내 남북평화체제 로드맵 마련

2020년 북핵 폐기 목표…전작권 '임기내 전환'은 한발 빼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 길로 나오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국제 대북 제재 상황을 고려하는 동시에 남북 교류를 지속해 2020년까지 핵 폐기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게 핵심이다.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2020년까지 북한의 비핵화를 이끈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우선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하기로 했다.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합동참모본부에 있는 ‘핵·WMD 대응센터’를 ‘핵·WMD 대응작전본부’로 확대 개편한다. 이와 함께 6자회담 등 비핵화 협상을 재개할 방침이다. 남북 간 직접 대화를 통해 초보적인 신뢰를 구축해 단계적으로 협력 기반을 심화시켜 나갈 계획이다.

정부는 올해 안에 ‘평화체제 구축 로드맵’을 마련할 방침이다. 북핵 완전 해결 단계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한 뒤 평화체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된다. 문 대통령이 지난 6일 독일 베를린에서 밝힌 대북 정책 구상을 구체화했다는 평가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남북평화체제를 정착시키려면 북한이 미국 본토까지 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만들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새로운 형태의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충분한 여건이 조성된다면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도 검토할 계획이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국회 비준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조건 갖춰지면 전작권 환수

현재 평시작전권은 한국 합참의장에게 있고 전작권은 한미연합사령부 사령관(주한미군 사령관)이 갖고 있다. 정부는 국정과제 초안엔 전작권 전환 시기를 ‘현 정부 임기 내’로 명기했다. 하지만 최종 발표문엔 ‘굳건한 한·미 동맹 위에 전작권 조속히 전환’으로 수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한국군으로 전작권을 조속히 전환할 수 있도록 동맹 차원의 협력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다”며 “두 정상이 합의한 조건이 이행되면 임기 내든 임기 후든 전작권 환원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2022년까지 전작권을 전환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로 ‘조속히’라는 말을 썼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단 우리 군은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한국형 3축 체계’를 구축하는 2020년대 초반을 전작권 환수 시점으로 예상한다. 한국형 3축 체계는 선제타격 체계인 킬체인(Kill Chain)과 동시 요격을 담당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사후 공격을 맡는 대량응징보복(KMPR)을 의미한다.

정부는 62만여 명인 한국군 병력을 50만 명으로 감축하고 병사 복무 기간을 21개월에서 18개월로 줄이는 과제도 포함시켰다. 문 대통령 공약대로 병사 월급은 2022년까지 최저임금의 50% 수준으로 맞추기로 했다. 2020년께 최저임금이 시급 1만원으로 오르면 ‘병사 월급 100만원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정부는 미·중·일·러 4강 중심 외교에서 벗어나기 위해 ‘동북아플러스 책임공동체’를 주요 국정전략으로 제시했다. 동북아플러스 책임공동체는 동북아시아를 넘어서는 남방·북방 지역을 핵심 축으로 삼는 신(新)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을 골자로 한다. 정부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과의 협력을 미·중·일·러와 비슷한 수준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