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복지 논란에 접었는데…'무상 보육' 다시 하겠다는 박능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사진)가 시행 1년을 맞은 ‘맞춤형 보육’ 제도를 돌연 폐지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맞춤형 보육은 부모가 만 0~2세 자녀를 어린이집에 맡길 수 있는 시간을 맞벌이의 경우 하루 12시간으로, 외벌이는 6시간으로 나눈 제도다. 박근혜 정부의 무상보육 정책으로 어린이집이 ‘수입 대비 노력’이 많이 드는 맞벌이 가정의 자녀를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짐에 따라 이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됐다.

◆과잉복지 부작용에 도입

박 후보자는 지난 1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맞춤형 보육제도가 현장 의견을 담는 것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맞춤형 보육은 폐지하겠다. 종일반을 기본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부모가 자발적으로 어린이집 이용시간을 선택하기보다 행정적으로 자격이 부여되고, 어린이집의 적정한 보상 요구도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맞춤형 보육은 정부의 과잉복지 정책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됐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부모 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로 무상보육 대상을 만 5세에서 만 0~5세로 확대했다. 정부가 만 0~5세 어린이집 보육료 전액을 부담하기로 한 것이다.

과잉복지 논란에 접었는데…'무상 보육' 다시 하겠다는 박능후
이에 따라 자녀를 집에서 키우는 것보다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 한 푼이라도 더 버는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영아(만 0~2세)의 어린이집 이용률은 2011년 28.6%에서 2013년 34.1%로 크게 늘었다.

문제는 어린이집이 아이들을 가려 받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어린이집으로선 아이를 6시간 돌보나, 12시간 돌보나 정부로부터 받는 돈(당시 1인당 약 77만원)이 같기 때문에 수입 대비 노력이 많이 드는 워킹맘 자녀를 기피할 수밖에 없었다. 전업주부는 오후 3시 안팎이면 맡겼던 자녀를 데려가는 반면 워킹맘은 오후 7시가 넘어야 자녀를 데려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워킹맘은 어린이집으로부터 “어머님 자녀만 남았어요”라는 전화를 받기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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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낭비 지적도 제기됐다. 정부 보육료는 하루 12시간을 기준으로 지원되는데, 실제 어린이집 이용시간은 평균 6시간가량이었기 때문이다. 정부 보육예산은 2012년 3조285억원에서 2014년 5조2738억원으로 급증했다.

◆“워킹맘에 불이익”

정부는 2014년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맞벌이 부모가 눈치보지 않고 마음 편히 어린이집에 자녀를 맡길 수 있도록 맞벌이를 위한 ‘종일반(12시간)’과 외벌이 대상 ‘맞춤반(6시간)’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다. 종일반 보육료는 1인당 월 82만5000원, 맞춤반은 월 73만9000원으로 차등하기로 했다. 여야는 2015년 12월 다음해 맞춤형 보육예산을 확정하고 7월부터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한 번 늘린 복지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았다. 당장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오해한 어린이집 반발이 거셌다. 집단 휴원까지 예고하고 나서자 표심에 흔들린 당시 야당도 반대하고 나섰다. 여야는 결국 어린이집 수입 감소를 줄이는 방향으로 합의했고, 당초 안에서 일부 수정된 내용의 맞춤형 보육이 예정대로 지난해 7월 시행됐다.

박 후보자가 장관이 된 뒤 맞춤형 보육 폐지를 밀어붙이면 워킹맘이 또다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복지업계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저출산 해결을 최대 과제로 꼽아놓고 앞뒤가 안 맞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면 폐지보다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