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창의 정치세계] '노무현 맨' 김병준 "한국당 대표 출마 고민했었다"
노무현 정부서 청와대 정책실장과 부총리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학교 행정정책학부 교수는 “자유한국당 대표를 제의받고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최근 기자와 만나 “한국당으로부터 당 대표 출마 권유를 세게 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고민을 하던 중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출마를 하겠다고 해서 생각을 접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지난 10여년간 정치에 발을 들여놓지 않은 것을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최근 그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며 “정치를 할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정치 참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보수 가치에 대해 “자유와 개방성이 핵심”이라며 “역사 국정교과서는 이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정치권에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무뎌진 칼날론’을 비유로 들며 보수와 진보정권 모두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박정희 신화’에 심취해있는 보수는 이미 대통령의 칼이 무뎌졌다(과거와 같이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힘을 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몰라 정권을 잡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있다 실패한 게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라며 “결국 길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보정권을 향해 “거꾸로 대통령의 칼이 무뎌졌다는 사실을 조금 알게된 진보정권은 노조나 시민단체 등 대중주의와 결합하려고 한다”며 “결과적으로 포풀리즘으로 하르게 되는 위험한 길을 걷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결국 연정과 협치가 유일한 길”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2006년 부총리로 지명돼 야당의 집중 공세를 받을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그는 “표절 논란은 인용 시점이 확인되면서 금세 문제가 없는 것으로 정리됐다”며 “결국 논문표절의 문제가 아니라 노 대통령의 측근인 나를 내각에서 일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정치논리의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물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노무현 정부서 정책실장을 지낸 뒤 2006년 부총리겸 교육부장관으로 임명됐지만 야당의 반발로 취임 2주일 만에 사퇴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탄핵정국에서 총리후보자로 지명됐으나 현 여권의 반대로 청문회에 가보지도 못했다.

그는 “당시 노 대통령은 ‘김 부총리는 아무 잘못이 없다. 억울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써서 주면서 공개하라고 했지만 편지를 공개하면 정치적 파장이 더 커질 것 같아 공개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당시 부총리가 아니라 총리로 내정됐었지만 정치권의 반대로 결국 한명숙 총리로 바뀐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김상곤 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이 당시 전국교수협의회 회장 자격으로 자신의 논문표절 의혹을 제기하며 공격한 데 대해 “잘못된 주장이었지만 원망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는 “현 국회 인사청문회는 진영논리에 빠져 사실관계와 정치적 논리조차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며 “고위 공직 후보자를 검증하는 국회 인사청문회가 진영논리로 진행되다보니 후보자의 역량과 국가 운영 비전, 전략에 대한 논의를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명백한 사실관계조차 편이 갈려 잣대를 바꿔가며 빨간색을 노란색이라 한다”며 “‘내로 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논란은 그래서 나온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여야가 진영으로 나뉘어 한쪽은 후보자의 무조건 낙마를 목표로 하고, 다른 한쪽은 무조건 옹호하는 청문회에 국민은 피곤하다”며 “서로가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우기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청소년들이 무엇을 배우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정치권이 국가 비전과 전략을 갖고 접근하는 문화가 필요하다”며 “정치권의 진영논리가 사라지지 않는한 청문회의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장관 후보자의 적격성 논란에 대해 “도덕적으로 다소 흠이 있는 역량있는 후보자를 꼭 써야 할 때는 임명권자(대통령)가 직접 나서 왜 그 사람을 장관으로 쓰려 하는지에 대해 국민을 설득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며 “국민이 설득을 받아들이면 임명하는 것이고, 국민이 여전히 부정적이면 임명을 포기하는 게 맞다”고 조언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때 제시한 고위공직자 임명 배제 5대 원칙과 관련해 “공직자 임명을 위한 기본적인 도덕성의 방향을 제시하는 수준에서 머물렀어야 했다”며 “5대 원칙이 구체적인 기준이 되면 능력있는 인재를 쓰지 못하게되는 한계를 노정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5대 원칙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게 역량”이라며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실수도 많은 법인데 원칙을 고수하다보면 보신주의에 빠져 자기관리에만 열을 올린 사람들이 승승장구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 곳곳에 잘못한 사람이 상을 받는 ‘역인센티브’가 있다”며 “일을 열심히 하기보다는 아부와 충성경쟁을 하면서 접대를 잘하는 사람이 승진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사정이 달라져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고도성장기에 ‘빨리 빨리 문화’가 형성돼 여러가지 위법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5대 원칙을 다 갖춘 사람을 찾기는 쉽지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자폭탄’ 등 청문위원 등을 향한 일부 네티즌의 자격문제 제기에 대해 “‘넌 뭐가 그렇게 잘났냐’는 식의 접근은 잘못된 것”이라며 “위장전입 경험이 있는 국회의원이 후보자의 위장전입 문제를 따질 수 있는 것이다. 그 역할을 해야 할 위치에 있으니 하는 것인만큼 그런식의 문제제기는 적절치 않다”고 했다.

김 교수는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청문회 제도 개선론에 대해 “정치권의 진영논리가 존재하는 한 청문회 제도개선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도덕성 관련 청문회를 비공개로 진행해도 결국은 다 공개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누구에도 도움이 안되는 이런 청문회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 국회는 권한과 책임이 분리돼 권한은 많은데 책임을 지지않는 구조”라며 “책임을 지지 않으니 야당은 늘 정부나 여당을 공격해 반사이익을 노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이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내각제가 한 방안이지만 국민이 부정적인 만큼 여당이 총리를 선출해 정부로 보냄으로써 여당이 정부와 공동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볼만하다”고 말했다.

이재창 선임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