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독일 공식 방문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4박6일간의 순방 일정을 마치고 10일 귀국한다. 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기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과 만나 취임 2개월여 만에 4강 외교를 복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 대통령은 4강 외교를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폐기를 위해 최고의 압박과 제재를 가하되 군사적 옵션을 배제하며 평화적 해결을 추구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보장받는 성과도 거뒀다.

특히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 아베 총리와의 3자 회동에서 대북 압박기조를 한층 강화는 ‘한·미·일 대북 공동성명’을 이끌어낸 것은 적잖은 의미가 있다. 시 주석, 푸틴 대통령과도 첫 대면에서 대북 제재·압박을 통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유도해야 한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 남북대화 복원과 한반도 평화 정착 노력에도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시 주석이 지지한 것은 미국에 이어 중국도 우리 정부의 한반도 이슈 주도권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됐다.

다만 시 주석은 한·미·일 정상이 공론화한 ‘중국 역할론’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면서 오히려 ‘미국 책임론’으로 응수했다. 시 주석은 특히 한·미·일 3자 회동을 의식한 듯 문 대통령에게 “한·미·일 협력체제로 가려는 것이냐”고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일 3국이 처음으로 채택한 공동성명이 주변국의 경제 제재 등 대북 압박을 촉구하고 있는 만큼 중국 러시아 등과의 지속적인 공조체제 유지는 만만찮은 숙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중 관계 갈등의 핵심인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해법은 도출되지 못했다. 시 주석은 사드 철회를 요구했고, 문 대통령은 중국의 대북 영향력 확대로 한반도 위협 요인이 없어져야만 사드가 철회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견해차를 보였다. 아베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서도 정상 간 ‘셔틀외교’를 복원했지만 위안부 합의에 대해 양 정상이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향후 새 정부에서도 한·일관계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문 대통령은 나흘간 모두 9개국과 열 차례 양자 정상회담을 했다. 한반도 주변 4강 외에 독일 프랑스 인도 캐나다 호주 베트남 등 6개국 정상과 처음 만나 북핵 문제를 포함해 다양한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번 순방에 수행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양자를 넘어 다자 차원의 정책 공조를 주창하는 등 책임 있는 국가로서의 국격 제고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함부르크=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