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커드·노동미사일, 고체엔진으로 교체작업…'킬체인 무력화' 시도
北미사일 엔진 진화…1만㎞급 '신형ICBM' 추가 개발 가능성
북한이 지난 4일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화성-14형' 미사일에 사용한 엔진을 바탕으로 사거리 1만㎞급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추가 개발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3·18 혁명'으로 부르며 큰 의미를 부여했던 신형 엔진이 지난 5월 14일 '화성-12형'과 이번 '화성-14형'에 적용되어 신뢰성이 확인되면서 사거리가 더 늘어나는 신형 ICBM 개발에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신원식 전 합참차장은 "북한은 화성계열 탄도미사일에 사용하는 액체 엔진을 고성능화한 작업에 매달려 결과적으로 화성-14형까지 개발해냈다"면서 "북한은 다음에는 1만㎞급 ICBM을 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선임분석관도 "화성-14형 발사로 북한의 재진입체 기술이 진전됐고, 4개 보조 엔진의 자세제어 기술은 ICBM 보유국의 수준인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북한은 재진입체 기술 진전과 신형 엔진 신뢰성 확보를 바탕으로 개량형 신형 ICBM을 추가 개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지난 3월 18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발사장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참관 아래 로켓 엔진 연소시험을 했는데 당시 김 위원장은 시험 성공을 '3·18 혁명'으로 추켜세웠다.

이 엔진은 북한이 작년 9월 연소시험을 한 80tf(톤포스: 80t 중량을 밀어 올리는 추력) 짜리 액체연료 주엔진에 미사일 자세제어를 위한 보조 엔진 4개를 붙인 것으로 파악됐다.

보조 엔진 4개 중 한 개만 추력이 달라도 미사일은 공중에서 빙빙 돌다가 추락하게 된다.

화성-12형과 화성-14형 발사 성공으로 보조 엔진 결합(클러스터링) 기술이 완성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엔진 성능과 클러스터링 기술 등으로 미뤄 다탄두 등 더 무거운 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신형 ICBM 추가 개발 토대가 마련됐다고 관측한다.

화성-14형 발사 현장을 지켜본 김정은의 책상에 놓인 화면에 발동기 압력, 중요각(角), 편요각, 황요각 등의 수치가 나타난 점으로 미뤄 재진입체(RV)에 장착된 텔레메트리(지상전송장치)로 주요 데이터를 지상으로 전송한 것으로 분석됐다.

재진입체 모양을 뾰족한 형태로 만든 것도 대기권 재진입 때 발생하는 고열을 견디는 한 방편으로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엔진 성능의 진화 못지않게 재진입체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액체 엔진의 성능 향상과 더불어 고체 엔진 기술도 우리에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군과 정보당국은 북한이 우리나라를 직접 겨냥하는 스커드(사거리 300∼500㎞), 노동(사거리 1천200∼1천300㎞) 미사일의 엔진을 액체형에서 고체형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북한은 스커드와 노동미사일을 각각 400여기, 300여기 실전 배치해 놓고 있다.

군 당국은 이들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는 기술을 북한이 보유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만약 스커드와 노동미사일의 엔진이 고체형으로 교체되면 우리 군이 수립한 킬체인의 개념은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우리 군이 수립한 킬체인의 주요 개념은 액체연료 주입형 탄도미사일을 주로 타격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액체연료 미사일은 연료 주입과 발사 등에 30∼40분가량 소요되기 때문에 이 시간 내로 미사일을 타격한다는 개념이다.

그러나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미사일은 연료 주입 시간이 필요 없기 때문에 발사 장소로 즉시 이동해 미사일을 쏘고 터널이나 야산 뒤편으로 숨는데 5∼7분이면 가능하다.

이 때문에 5∼7분 이내에 고체엔진 미사일을 탑재한 이동식발사차량(TEL)을 탐지하고 파괴해야 한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나 순항미사일보다는 북한지역까지 5∼7분이면 날아갈 수 있는 탄도미사일이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우리 군의 탄도미사일은 오차 반경이 30m 내외에서 탐지 즉시 3∼4발을 발사하면 파괴력이 높은 탄두 때문에 TEL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신원식 전 합참차장은 "스커드와 노동미사일을 고체엔진으로 바꾸면 킬체인이 무력화될 수도 있기 때문에 서둘러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킬체인의 무기체계도 북한의 이동표적을 보는 즉시 타격할 수 있도록 센서와 타격체계가 융합된 것으로 바꿔야 하고, 공중에서 이동표적을 탐지하는 즉시 파괴하는 무인정찰타격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