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혁 최고위원 지명 놓고 최고위 '사당화' 반발
인사청문·추경 심사 놓고 '투톱' 기싸움 아슬아슬
홍준표 거침없는 '마이웨이'…'친홍' 최고위원 임명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시작부터 거침없는 소신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 내부로는 당직 인선을 밀어붙여 속전속결 친정체제 구축에 나서는 한편 인사청문 문제와 추가경정예산 등 현안에 대해서도 당론과 사실상 배치되는 입장을 내놓아 특유의 '돌직구' 스타일이 벌써 회자된다.

4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홍 대표는 "이번 주 금요일까지 당내 인사는 완료하겠다"고 못 박았다.

이와 함께 "혁신위도 조속한 시일 내 전원 외부 인사로 구성하고, 당 윤리위도 외부인 중심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날 회의 직후 홍 대표의 측근인 이종혁 전 의원이 지명직 최고위원에 곧바로 임명됐다.

전날 최고위원들과 만찬에서 지역 안배를 위해 부산·경남(PK) 출신 인사로 지명직 최고위원을 이른 시일 내 임명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뒤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아서다.

옛 친박계로 분류되는 김태흠, 이재만 최고위원이 반대 의견을 폈지만,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 자체는 대표의 권한이라는 점을 앞세워 사실상 반발을 묵살한 셈이다.

김 최고위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수족 같은 핵심을 최고위원에 앉히면 사당화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지금 지도부에도 원외 인사가 많은데 또 다른 원외 인사를 최고위원으로 임명하면 무게감이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갈등의 불씨를 남겼지만 홍 대표는 당분간 거침없이 친정체제 구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새 지도부로서도 시작부터 파열음을 내는 것은 부담스러운 만큼, 홍 대표가 이를 기회로 오히려 '친홍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면 당장은 막아설 명분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이번 주로 못 박은 당직 인선 역시 자신의 측근 위주로 속전속결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사무총장 후보로는 '복당파'이자 당내 구주류인 친박계와 사이가 껄끄러운 김성태 의원이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변인으로는 초선인 전희경 의원이 하마평에 오르고 수석대변인인 김명연 의원도 유임되거나 비서실장으로 중용될 것이란 설이 나돈다.

본인 스스로가 '원외' 인사이다 보니 당직 인선에서도 원외 인사를 비중 있게 기용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정치권에선 홍 대표가 일단 조직을 추스른 뒤 본격적인 당 쇄신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당선 일성으로 내놓았듯 전권을 부여한 혁신위를 구성해 혁신 작업에 착수하는 한편 대대적인 당무 감사를 병행해 비대해진 조직의 구조조정도 진행할 것이란 시각이다.

홍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조직 정비 필요성을 여러 차례 지적했다.

국회 현안은 원내대표 소관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등 여권 인사들과 잇달아 만난 후에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한 이른바 '부적격 3인방'의 거취 문제와 추경 심사 등 현안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발언을 내놓았다.

홍 대표는 "부적절한 사람을 임명 강행하면 그것은 정부 책임"이라며 "거기에 당력을 쏟을 필요가 없다"며 사실상 묵인에 가까운 입장을 밝혔다.

한국당이 인사청문과 연계해 반대하고 있는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 대해서도 응할 필요가 있다는 전향적 태도를 보였다.

아직은 시작인 만큼 특유의 쇄신 드라이브가 파격으로 평가받을 수 있지만, 앞으로도 밀어붙이기식 마이웨이가 계속된다면 갈등의 또 다른 요인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특히 당직 인선을 놓고 벌써 최고위원회의에서 잡음이 불거진 데다 원내 현안을 놓고는 대표-원내대표 '투톱'간 아슬아슬한 견해차를 보인 셈이어서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는 시선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이슬기 기자 kyung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