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대표 뽑는 날 ‘감자캐기 봉사’ > 홍준표 자유한국당 신임 대표(왼쪽 첫 번째)가 3일 전당대회 개최 전에 원유철(세 번째)·신상진(네 번째) 의원 등과 함께 경기 남양주시 시우리에서 봉사활동 일환으로 감자를 캐고 있다.  연합뉴스
< 당대표 뽑는 날 ‘감자캐기 봉사’ > 홍준표 자유한국당 신임 대표(왼쪽 첫 번째)가 3일 전당대회 개최 전에 원유철(세 번째)·신상진(네 번째) 의원 등과 함께 경기 남양주시 시우리에서 봉사활동 일환으로 감자를 캐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자유한국당 신임 대표는 3일 “단칼에 환부를 도려낼 수 있는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며 “육참골단(肉斬骨斷)의 각오로 스스로를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날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기자회견에서 “당이 처한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선 점진적 변화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보수 우파의 가치를 바로 세우고 이념과 가치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임 일성으로 당을 혁신하고 정체성을 분명히 해 보수 지지층을 복원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홍 대표 당선 직후 전화를 걸어 축하 인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별한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기보다 덕담과 축하 메시지가 오갔다”고 전했다.

◆“보수 우파 가치로 지지층 복원”

홍 대표는 “당을 재건하라는 당원과 국민의 뜻을 받았다”며 “인적 혁신, 조직 혁신, 정책 혁신을 통해 당을 새롭게 만들고 국민으로부터 다시 신뢰받는 한국당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즉각 혁신위원회를 구성하고 외부 인사를 최대한 기용해 전권을 주고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혁신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보수 정당으로서 정체성을 분명히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홍 대표는 “가치도 없고 이념도 없는 무능 부패 정당은 희망이 없다”며 “보수 우파의 가치를 바로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을 거쳐 왔는데 자유한국당이라는 당명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며 “자유 대한민국의 가치를 보여주는 이름이고 그 가치에 걸맞은 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보수 적자 경쟁을 하고 있는 바른정당에 대해선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는 (한국당에) 흡수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대여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를 묻는 질문엔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야당을 10년 해 봤다”며 “과거와는 달리 권력 공유 시대이니 야당도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겠다”고 답했다. 여야가 갈등을 빚고 있는 국무위원 후보자 임명과 관련해선 “누구를 쓰느냐는 정권 마음이지만 자유 대한민국 가치를 손상시킬 우려가 있거나 국가 안보에 중대한 장애를 줄 만한 분들은 대통령이 결심해 주는 게 옳은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지지율 제고 급선무

홍 대표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만만치 않다. 정통 보수 정당의 위상을 되찾고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7~29일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창당 후 최저인 7%로 내려가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48%)에 크게 뒤진 것은 물론 바른정당(9%)에도 역전을 허용했다.

내부 혁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당내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선 홍 대표와 함께 친홍(친홍준표)으로 분류되는 이철우 의원과 류여해 수석 부대변인이 최고위원으로 선출돼 지도부에 합류했다. 하지만 ‘영원한 비주류’라는 별칭에서 보듯 홍 대표의 당내 기반이 확고하지는 않다는 평가다.

홍 대표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친박(친박근혜) 청산과 관련, “자꾸 친박 청산을 얘기하는데 선출직은 청산이 어렵다. 새로운 한국당 구성원으로서 함께 가는 것이 옳다”고 한 것도 친박과 정면충돌을 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는 “책임당원 투표에서 72.7%로 정당 사상 유례없는 득표를 했다”며 “이미 친박 정당이 아니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유승호/박종필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