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미국 CBS 방송 아침 뉴스 프로그램인 ‘디스 모닝(This Morning)’과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진행된 첫 방송 인터뷰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미국 CBS 방송 아침 뉴스 프로그램인 ‘디스 모닝(This Morning)’과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진행된 첫 방송 인터뷰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방영된 미국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비이성적인 정권”이라면서도 “제재와 압력만으로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며 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올해 말까지 북한과 대화 테이블에 앉고 싶다”며 구체적인 대화 시점도 처음으로 밝혔다.

◆북한이 웜비어 죽음에 책임

문 대통령은 북한에 17개월 동안 억류돼 있다가 혼수상태로 귀국한 미국 국민 오토 웜비어(22)가 사망한 데 대해 “(북한에서) 웜비어에 대한 부당하고도 잔혹한 취급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무엇보다 먼저 슬픔과 충격에 빠진 웜비어 가족과 미국 국민에게 심심한 애도를 전한다”며 “북한이 저지른 이런 잔혹한 행동을 강하게 비난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웜비어 유가족에게 조전(弔電)을 보냈다.

문 대통령은 “웜비어가 북한에서 억류되고 있는 동안 그런 일이 일어났다”며 “북한이 웜비어를 죽였는지 분명히 알 수는 없지만 웜비어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북한 당국에 막중한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어 “지금도 북한은 많은 한국 국적자와 미국 시민을 억류하고 있다”며 “이런 분들을 가족에게 돌려보내도록 북한에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북한과 대화 필요

문 대통령은 그러나 북한과의 대화 재개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비이성적 정권이란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나라, 또 그런 지도자를 상대로 우리는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라는 목표를 달성해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며 “지금까지 국제사회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서 해왔던 제재와 압박만으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중으로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희망한다”며 “다양하고 강도 높은 압박과 제재를 통해 연말까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길 바란다”고 했다. 북핵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겠다는 의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이 핵을 폐기하기 전에 대화를 재개하는 것은 미국이 유지해온 정책과 배치된다는 지적에 대해 문 대통령은 “제 입장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정권들의 대북 정책 실패를 비판했다”며 “그런 의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핵 폐기,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 동북아 지역의 안정과 평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며 이달 말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런 메시지를 전달할 뜻을 내비쳤다.

◆“北 체제 보장하면 대화 임할 것”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중에 어떤 전제조건도 없이 북한과 협상하는 것에 동의할지 모르겠다는 지적에는 “어떤 전제조건도 없는 대화라고 말한 적이 결단코 없다”며 “먼저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6·15 남북정상회담 기념식’에서 “추가 도발을 중단하면 조건 없이 대화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할 필요가 없다”며 “우선적으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동결하고, 2단계로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를 이뤄야 한다는 단계적인 접근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미국 내에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핵 문제는 타협 대상이 아니다”고 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핵 동결에 동의할 것으로 믿느냐는 질문에는 “북한 정권은 핵 프로그램에 대한 맹신을 가지고 있다”며 “대화를 통해 핵 없이도 북한 정권이 안정된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득해야 한다”고 답했다.

조미현/김기만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