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과 한·미 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고 밝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제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소개하면서 이런 내용 등의 구상을 내놨다.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선 남북 대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미 훈련에 미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등 전략자산을 전개할 필요가 없다. 사드가 동맹의 전부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고까지 했다.

청와대는 “공식 입장과 무관한 문 특보의 개인 견해”라고 했다. 그러나 문 특보가 문 대통령의 핵심 참모라는 점에서 ‘개인 생각’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그의 발언은 문 대통령이 6·15 남북 정상회담 17주년 기념식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중단을 조건으로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말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을 열흘가량 앞두고 미국 정가 한복판에서 동맹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는 말을 쏟아내 민감성을 더한다. 그렇지 않아도 대북정책과 관련해 한·미 간 엇박자가 나오고 있는 마당이다. 문 대통령의 ‘6·15 발언’에 대해 미 국무부는 “북한이 비핵화해야 대화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반박한 바 있다.

설령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 중단을 약속한다고 하더라도 믿을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1994년 제네바 합의와 2005년 9·19 공동성명, 2007년 2·19 합의 때 북한은 핵 동결을 약속했지만, 매번 약속을 깨고 핵 개발에 나선 전례가 있다. 문 특보 발언은 지금까지 북한이 개발한 핵·미사일 능력을 인정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도 있다. 그가 미국과의 조율 없이 미 전략자산과 군사훈련 축소를 언급한 것은 ‘도(度)를 넘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언젠가 북한과의 대화는 재개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때가 있는 법이다. 북한이 ‘핵·미사일 주먹’을 날리고 있는데, 우리가 먼저 협상 카드를 내보이며 유화 제스처를 취하는 게 적절한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미 공조에 틈이 벌어지면 웃을 사람은 북한 김정은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