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대북 대화공세…美와 대북정책 조율 순탄할까
대화조건 차이로 엇박자 가능성…韓은 '北도발 중단'·美는 '비핵화'
'北 도발중단시 한미훈련 축소'는 中 주장과 비슷…중국의 중재역할 주목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잇달아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면서 대북정책에서 미국과 엇박자가 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방미 중인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16일(현지시간) 문 대통령의 제안이라면서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한미 합동군사훈련과 미국의 한반도 전략무기 배치를 축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문 대통령이 지난 15일 6·15 남북공동선언 17주년 기념식 축사를 통해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힌 것의 연장선상이다.

북한의 도발 중단에 대한 반대 급부가 '조건없는 대화'에서 '한미 군사훈련 중단 및 전략무기 배치 축소'로 더욱 구체적이며 전향적으로 제시된 것이다.

문 특보는 또 "문 대통령의 또 다른 제안은 북한의 비핵화를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에 연계시키는 것"이라고도 소개했다.

문 특보가 전한 이 같은 문 대통령의 제안들은 중국이 그동안 북핵 문제의 해법으로 주장해 온 것과 일맥상통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를 동시에 진행한다는 의미의 쌍궤병행(雙軌竝行)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첫걸음으로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제시해 왔다.

이런 점에 비춰 향후 북핵 문제를 둘러싼 구도가 미국과 북한의 대립을 한국과 중국이 가운데서 중재하려 시도하는 모양새가 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박근혜 정부에서 한·미가 한 편에 서서 북한을 압박하던 것과는 크게 달라지는 셈으로, 일부에서는 한국이 중재자로 나서야 북핵 해결 노력을 주도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9·19 공동성명 채택 당시 한국이 중국과 함께 북·미 간의 이견을 조율해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문제는 한미 간 이견이 원만하게 조율될 수 있느냐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표면상, 북한과의 대화에 있어 문재인 정부보다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15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조건없는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문 대통령 제안에 대한 입장을 묻자 "우리의 입장은 바뀐 게 없다.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서는 먼저 비핵화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과거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와 2005년 6자회담 9·19공동성명, 2012년 북·미 2·29합의 등이 북한의 도발로 매번 휴짓조각이 된 전례에 비춰볼 때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진정성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가 최근 의식불명 상태로 석방된 뒤 미국내 대북 여론이 더 나빠지고 있다는 점도 미국 정부의 기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자칫 이달 말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정책을 놓고 파열음이 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겉으로 드러내는 강경 기조와는 달리, 미국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언론 보도도 있어 주목된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중국이 기대만큼 북한에 압력을 행사하지 않음에 따라 미국 정부가 북한과 직접 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의 입장도 주목된다.

북한은 한미 합동군사훈련과 미국 전략무기 전개를 한반도의 긴장을 높이는 원인으로 지목하며 중단을 요구해 왔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지만, 북한이 그간 핵·미사일 도발 중단 요구에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가 먼저"라는 식으로 나왔던 점을 고려하면 예단하기는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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