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피해 444건…'장시호 부당지원' 김종 수사의뢰
28명 징계요구·GKL 이기우 대표 해임 건의 요구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설립부터 늘품체조·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플레이그라운드·더블루케이에 일감 몰아주기까지 최순실 및 측근들과 얽힌 총체적 비리가 재차 확인됐다.

감사원은 작년 12월 국회가 감사를 요구한 '최순실 게이트' 관련 문화체육관광부와 산하기관에 대한 12건의 의혹에 대한 감사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감사원은 문체부가 대통령비서실로부터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설립에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두 재단의 설립대표자가 재산을 출연하지 않고, 정관에 날인된 도장과 인감증명의 도장이 불일치하는 등 법정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신청일 다음날 설립을 허가했다며 관련자 6명에 대해 징계, 2명에 대해 주의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의 요구 사안뿐만 아니라 문체부·산하기관이 최근 3년간 추진한 사업을 전반적으로 감사해 이른바 '블랙리스트'의 전모와,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이 각종 예산을 쌈짓돈처럼 본인과 친분있는 특정 단체에 지원토록 한 사실을 밝혀냈다.

감사원은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 소유 업체에 공익사업적립금을 부당 지원토록 한 김 전 차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최씨가 설립한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 관련자 3명을 사기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김 전 차관은 2014년 11월 국제지구력승마연맹 교류포럼 행사 보조금으로 공익사업적립금 1억2천만원을 장시호 소유 업체에 지원하게 했다.

담당 공무원이 비슷한 행사에 예산을 이미 지급했다며 거부했지만 김 전 차관이 강행했고, 1억천만원을 모두 장씨 회사에 전달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김 전 차관은 이밖에 개인적 친분이 있는 협회에 공익사업적립금 4억7천만원을 지원토록 하고, 국민체육진흥기금을 친분이 있는 특정인·단체의 2개 사업에 1억6천만원을 지원토록 했다.

또 법적근거가 없음에도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케이토토 빙상팀 창단비 34억여원을 지원토록 해 기금손실을 가져오고, 영재센터에 공모절차도 없이 공익사업적립금과 보조금 총 6억원을 지원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가운데 감사원이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혐의는 장시호 업체 지원 부분이고, 나머지는 앞서 수사가 이뤄졌다.

플레이그라운드는 2016년 대통령 해외순방 시 문화행사를 하면서 항공료 청구서 및 영수증 금액을 조작하고 행사와 무관한 비용을 포함하는 등 총 5천285만원을 부당정산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해당금액을 반환하도록 시정요구도 했다.

아울러 감사원은 '블랙리스트 사건'의 전모와 피해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혀냈다.

문체부는 2014년 3월부터 대통령비서실(문화체육비서관실) 지시에 따라 산하기관의 각종 지원사업 심의위원 후보자와 지원사업 신청자 명단을 대통령비서실로 송부하고, 특정 문화예술인·단체에 대한 선정 또는 배제 명단을 받아 그대로 이행했다.

이러한 블랙리스트에 따라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문체부 산하 10개 기관의 지원사업 심의위원 후보에서 배제되거나 지원 대상에서 배제된 사례는 총 444건으로 확인됐다.

문체부는 2014년 10월 정치편향적인 작품 지원배제 방안을 검토하라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및 김종덕 장관의 지시에 따라 '건전 문화예술 생태계 진흥 및 지원방안'을 만들고, 앞서 관련 TF까지 구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문체부 장관에게 관련자 징계(3명) 및 주의(6명)를 요구하고 인사자료 통보(3명)와 재발방치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또 4개 산하기관장에 주의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또 이기우 한국그랜드코리아레저(GKL) 대표이사의 해임을 건의하도록 문체부 장관에게 요구했다.

GKL은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이다.

이 대표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의 지시를 받아 '장애인 휠체어 펜싱팀'을 창단하면서 관련 규정을 어기고 최순실 회사로 알려진 더블루케이 소속 선수를 직원으로 채용하고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토록 지시했다.

이 대표는 또 김종 전 차관의 전화를 받고 GKL사회공헌재단이 최순실·장시호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2억원을 지원토록 해 재단업무에 부당개입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그동안 이 대표는 참고인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탄핵심판 및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안종범·김종의 요청에 대해 "심적 부담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결과 위법·부당행위 총 20건과 관련해 문체부 19명, 한국관광공사 2명, 국민체육진흥공단 2명, 한국마사회 3명, GKL 2명 등 총 28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징계요구 20건과 함께 주의요구 37건, 통보 15건, 시정요구 4건, 수사의뢰 2건, 현지조치 1건 등 총 79건의 조치를 했다.

한편 감사원은 이처럼 문체부와 산하기관에서 무더기로 위법·부당행위가 적발된 이유에 대해 첫째로 문체부의 보조사업 업무운영 시스템이 불투명하거나 체육진흥투표권 위탁사업비 등 예산통제시스템이 미비해 부당한 지시를 걸러내지 못한 점을 꼽았다.

둘째로는 블랙리스트 사건이나 플레이그라운드 선정, 늘품체조 보급사례 등에서 보듯이 공무원들이 상급기관이나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에 반대의견 없이 그대로 따른 점을 들었다.

문화창조아카데미 사업의 경우 비용 대비 편익 비율(B/C)이 0.71임에도 문체부와 기획재정부가 타당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추진해 부실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올해 1월 9∼13일 예비조사 후 1월19일∼3월10일 감사인원 38명을 투입해 실지감사를 하고 6월1일 감사결과를 감사위원회 의결로 최종 확정했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