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국회부의장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국회부의장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국회부의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면 앞으로 협치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부의장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강 후보자는 문 대통령이 제시한 ‘임용 배제 5대 원칙’ 중 세 가지에 저촉된다는 점에서 국민의당은 불가 입장을 정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국민의당(40석)은 새 정부 인사를 놓고 더불어민주당(120석)과 자유한국당(107석)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박 위원장은 “진정한 협치를 하려면 먼저 협의하고 결정해야 하는데 지금은 ‘협의 절차 없이 결정해 통보한 뒤 동의하라’는 식”이라며 “이것은 협치가 아니라 과거 양당제 시대에 군림하던 정치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한 달을 평가한다면.

“작은 파격은 있었지만 큰 그림을 제시하진 못했다. 권위주의를 불식시키고 소통에 앞장서는 파격적인 모습으로 국민에게 감동을 준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문재인 정부 스스로) 국정 목표와 방향, 가치가 준비됐다고 하는데 과연 준비됐다고 할 수 있나. 다소 인색하다고 할 수 있지만 상당히 즉흥적이고 포퓰리즘에 기반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고 본다. 비정규직 제로 시대와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등은 정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국민은 혹할지 모르지만 깊이 따져보면 절대 가야 할 방향이 아니다.”

▷강경화 후보자의 청문결과보고서 채택에 협조해달라는 청와대 요청이 있었다.

“강 후보자는 문 대통령이 제시한 ‘인사 배제 5원칙’에 세 가지가 저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이 사과도 했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상쇄할 정도로 출중한 공직자로서의 능력이나 자질이 있다고 평가받지도 못한 것 같다.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대한 외교적 능력이나 전략이 마련돼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해서도 제대로 파악이 안 됐다는 식이었다.”

▷청와대가 야당 반대에도 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이 국회에 군림하는 자세로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을 한다면 앞으로 국회에서 협치는 불가능하다. 국회의 평가나 의견을 국정 발목잡기로 매도하는 것은 상생과 협치의 근간을 훼손하는 자세다. 국회의 협력 없이 문 대통령이 해낼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법 처리가 어려워진다는 의미인가.

“당연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무수석에게 ‘소탐대실하지 말라’고 했다. 모든 것을 챙기려다 다 잃어버리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과유불급이란 말도 했다. 민주당이 과거 청문회에서 주장한 것을 합리화하기 위해 5원칙을 만든 것인데 여당이 됐다고 스스로 약속을 파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이 12일 국회에서 인사원칙에 대해 사과하고 합리적 기준을 마련해달라고 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지.

“대통령과 후보자의 책임 부분을 나눠서 봐야 한다. 대통령이 스스로 설정한 인사원칙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는 대통령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후보자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은 후보자가 책임져야 하는 문제다. 대통령 사과와는 별개로 공직에 임용될 수 없다. 아무리 사과해도 결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당이 ‘민주당 2중대’라고 공격하는데.

“그런 오만방자한 말이 어디 있나. 나라 꼴이 이렇게 된 책임은 한국당에 있다. 반성이 있어야 하는데, 기득권 거대 여당의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본인이 내세운 기준과 주장은 항상 선이고 그것에 동의하지 않으면 불의고 악이라는 주장은 협치 구도를 부정할 뿐 아니라 협치를 파괴하는 것이다. 금도를 넘는 주장으로 정치 도의에 벗어난 태도다.”

▷정부 일자리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정부 재정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일자리 상황판같이 ‘전시행정’을 하려 해선 안 된다.”

▷민주당 일각에서 장기적으로 통합이나 연대, 연정으로 가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연대나 연정은 각 정당의 정체성과 비전, 가치를 공유하는 게 대전제다. 그게 전제되지 않으면 연정이란 단어는 적절치 않다. 통합은 절대 불가능하다.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이 다당제를 만들어줬다. 특정 정치세력이 이를 인위적으로 파괴하는 것은 국민 명령을 거부하는 것이고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다. 만일 거대 여당으로 통합된다면 ‘박근혜 정권’으로 회귀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5분의 3 찬성 규정’이 담긴 국회법(국회선진화법) 개정에 대한 당의 견해는.

“국민의당은 선진화법을 개정하자고 제안했다. 민주당이 야당 때 반대했고, 이제 야당이 된 한국당이 들어줄 리 없다. 선진화법이 있으면 국회의 정부 견제 능력은 커지지만 생산적 국회는 기대할 수 없다. 선진화법이 아니라 국회퇴보화법이 돼버렸다. 개정해야 한다.”

▷국민의당 지지율이 많이 떨어졌다. 지지율 제고 방안은.

“바닥을 치고 있는 만큼 올라갈 일만 남았다. 합리적 개혁 보수와 건전한 생산적 진보를 수용해 중도개혁을 지향하는 당 정체성을 토대로 원칙을 지켜나가면 기회가 있을 것이다. 국익에 도움이 되고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중도실용주의를 추구할 것이다."

이재창 정치선임기자/김기만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