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9일로 취임 한 달째를 맞은 문재인 대통령은 파격·탕평 인사와 속도감 있는 업무지시를 통해 ‘준비된 대통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의 탈(脫)권위적인 업무스타일이나 소통 행보 등은 새 정부에 대한 국민적 기대치와 맞물려 임기 초반 지지율을 역대 최고치로 끌어올리는 동력이 됐다. 문 대통령의 취임 한 달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개혁’과 ‘통합’이다. 상충되는 듯한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문 대통령은 행정권한인 업무지시를 내리는 한편 대국민 통합메시지를 통해 국정운영의 안정감을 불어넣으려고 애를 썼다.

◆개혁과 통합의 행보

국민 박수 받은 '탈권위 대통령'…인사·외교안보 대응엔 '진땀'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검찰과 군(軍), 국가정보원과 같은 권력기관을 수술대에 올렸다. 대선 기간 공언한 개혁구상을 대통령의 고유한 행정권한인 ‘업무지시’를 통해 구체화한 것이다. 취임 첫날인 지난달 10일 1호 업무지시인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시작으로 국정교과서 폐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셧다운 등 조치를 잇따라 발표했다.

문 대통령의 업무지시는 핵심공약의 실행 의지를 넘어 전 정부와 검찰 군(軍) 국정원 등 성역을 뛰어넘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비롯해 ‘검찰 돈봉투 만찬 사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이 줄줄이 감찰 대상에 올랐다.

이런 개혁조치와 함께 통합메시지 전달에도 공을 들였다. “광주가 먼저 정의로운 국민통합에 앞장서 달라”(5·18민주화 운동 기념사), “저의 꿈은 국민 모두의 정부, 모든 국민의 대통령”(5월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사), “애국에 좌우가 없다”(6월6일 현충일 기념사)는 등 메시지가 대표적이다. 더불어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대통령의 통합 메시지는 잇단 개혁과제 수행으로 인해 일부 국민이 느낄 수 있는 현기증을 다소 완화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란 예측과 달리 문 대통령이 개혁에 속도를 낼 수 있었던 배경은 한때 80% 안팎에 달한 높은 지지율이다.

◆인사난맥과 미숙한 외교안보 대응

취임 1개월이 흘렀지만 내각 후보자 인선은 절반도 이뤄지지 않았다. 17개 부처 가운데 11개 부처 수장이 전 정부 인사들이다. 청와대 수석급 참모진 인사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 스스로 공언한 ‘5대 비리(병역면탈, 세금탈루,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논문표절) 연루자 고위공직자 배제’ 원칙이 부메랑이 됐기 때문이다.

“이제 허니문이 끝났다”며 반격에 나설 여소야대의 국회와 협치의 공간을 넓히는 것도 문 대통령 몫이다. 야당은 줄줄이 대기 중인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통해 낙마공세 수위를 높일 것이고, 문 대통령이 최우선 국정과제로 꼽는 일자리 추경안을 보이콧하겠다며 잔뜩 벼르고 있다.

이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사드 4기 추가 반입과 관련, 국방부의 보고누락을 이슈화한 것은 외교적으로 미숙했다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이 사드 4기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통한 절차적 정당성을 내세워 배치 시점을 늦추는 데는 성공했지만 한·미 동맹관계는 물론 향후 정상회담의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결국 주변 4강 국가와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사드 배치문제를 어떻게 푸느냐가 문재인 정부의 외교적 시험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취임 후 새 정부가 내놓은 정책 메시지를 비롯해 대통령의 업무지시와 현장행보가 경제보다는 사회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임기 초반 ‘개혁드라이브’로 인해 재계와 시장이 느낄 수 있는 ‘불안한 시그널’을 어떤 방식으로 거둬낼지도 관심거리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