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6일 현충일 추념사에는 ‘한국전쟁’이나 ‘6·25전쟁’ ‘북한’ 등의 언급은 없었다.

문 대통령이 “38선이 휴전선으로 바뀌는 동안 목숨을 바친 조국의 아들들이 있었다” “철원 ‘백마고지’, 양구 ‘단장의 능선’과 ‘피의 능선’, ‘이름 없던 산들이 용사들의 무덤이 됐다”는 등 6·25전쟁을 연상케 하는 표현을 쓴 게 전부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국면에서 북한과의 대화 여지를 열어두는 등 ‘제재와 대화 병행’이라는 새 정부의 기조가 담긴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대통령이 북의 침략전쟁인 6·25를 직접 언급하는 게 향후 대화 분위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최근 민간단체를 통한 남북교류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새 정부 들어 민간단체의 대북접촉 승인 건이 벌써 15건이다. “남북 간 민간교류 확대를 통해 대화의 물꼬를 튼 뒤 북핵 동결 등의 진전된 조치가 이뤄지면 개성공단 재개 등 본격적인 협력을 모색한다”(여권 핵심 관계자)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이 ‘6·25전쟁’ 등을 언급하지 않은 것이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역대 대통령들은 남북관계 상황에 따라 이런 표현을 넣기도 하고 빼기도 했다. 주로 남북 간 화해무드가 조성되거나 대화국면에서 이 같은 표현이 빠졌다는 점에서 ‘남북 화해’를 바라는 새 정부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6년 현충일 추념사에서 ‘6·25전쟁’이란 표현을 쓰지 않았다. 남북이 제12차 경제협력추진위원회 회의를 통해 러시아 극동지역 자원 분야 공동 진출과 개성공단 통행 절차 간소화 등을 논의하는 상황이었다.

시종 대북 강경기조를 유지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9년 현충일 추도사에서 6·25 표현을 뺐다. 남북이 개성공단 관련 협의를 위해 접촉하는 등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는 상황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달랐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제안을 첫 메시지로 내놨던 박 전 대통령은 매년 6·25를 언급했고,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강력 비판하는 등 임기 내내 강경 기조를 유지했다.

이재창 선임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