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준비 등 국정에 부담…靑 인사시스템 도마 위에 오를듯
인사검증 강화·인선 지연 불가피…康·金·金 잇단 청문 영향 주목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키를 잡은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인사 악재'에 부닥쳤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5일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김기정 국가안보실 제2차장이 "업무 과중으로 인한 급격한 건강악화와 시중에 도는 구설 등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오늘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임명 12일 만에 전격 하차한 셈이다.

청와대가 '시중에 도는 구설 등에 대한 도의적 책임'이 사의 표명의 주요 이유 중 하나라고 밝힌 만큼 사실상 '경질' 수순이라는 게 중론이다.

청와대 안보실 차장은 차관급의 고위직으로, 새 정부 들어 대통령이 임명했다가 중도하차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 취임 26일 만에 차관급 임명직이 사실상 경질됨에 따라 고위공직자를 검증하는 청와대 인사 시스템이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앞서 청와대는 안현호 일자리수석을 내정했다가 1일 철회한 바 있다.

충분한 사전 검증을 거치지 않고 인선했다가 이를 철회하는 일이 반복될수록 인사 검증에 대한 신뢰에 물음표가 커지고 이는 곧 임기 초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검증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를 전망이다.

당장 김 차장의 사의 표명으로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한미정상회담 준비에 비상이 걸렸다.

청와대 안보실 2차장은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자리로, 이전 정부로 치면 외교안보수석에 해당한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보좌하고 외교부를 지휘하면서 정상회담을 사실상 준비해야 할 자리가 2차장인 것이다.

문 대통령은 2차장 산하 4개 비서관 인선이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한미정상회담을 준비할 청와대 주무 부서 없이 한미정상회담을 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김 차장에 대한 후임 인선을 서두른다고 해도 업무 파악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청와대 2차장 없이 한미정상회담은 물론 7월 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준비해야 할 공산이 커졌다.

새 정부가 두 달이 넘는 시간적 여유를 가진 인수위 없이 출범했다는 점에서 크고 작은 '인사 암초'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 정부가 인선 논란에 휩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및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가가 문 대통령이 천명한 5대 인사원칙(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인사는 공직 배제) 중 위장전입에 걸려들면서 지난달 28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사과한 데 이어 29일 문 대통령이 직접 양해를 표명한 바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면서 이 총리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국회를 통과됐지만, 강·김 내정자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특히 이번 주 인사청문이 예정된 강 내정자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를 놓고 야권이 낙마를 벼르는 상황에서 김 차장의 경질은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강 후보자의 경우 청와대가 자녀 위장전입과 이중국적 사실을 사전 공개해 양해를 구했지만 자녀 증여세 늑장 납부, 자녀와 과거 부하 직원의 동업 문제,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야3당이 자진사퇴나 지명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김이수 후보자 역시 과거 통합진보당 해산에 반대 의견을 내고 군 법무관 시절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부적절한 판결을 한 점을 야권이 문제 삼고 있다.

김동연 후보자도 농지법 위반 의혹에 휘말리면서 '송곳 청문'이 예고된 상태다.

아울러 인사 검증에서 잇단 허점이 노출된 만큼 보다 강력한 검증으로 아직 발표되지 않은 내각 인선 지연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박경준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