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야협상 염두에 둔 듯…한국당, 일단 '긍정 평가'
공무원사회 조직개편 리스크 사라져…부처 희비는 엇갈려


당·정·청이 5일 발표한 문재인 정부조직 개편은 '국정 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조직개편'으로 요약될 수 있다.

당·정·청은 또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일자리 창출'을 구현하기 위한 방안도 이번 정부조직 개편에 담았다.

특히 이날 정부조직 개편 방안이 확정되자 일선 정부 부처에서는 "조직개편의 리스크가 사라졌다"며 안도했지만, 조직개편 대상 부처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최소한의 '정부조직 개편'…야권과의 협상도 염두에 둔 듯
문재인 정부에서 정부조직은 '17부·5처·16청·5실'에서 '18부·5처·17청·4실'로 바뀐다.

전체적인 조직 숫자만을 보면 장관급 부처인 부 단위 조직과 차관급 조직인 청 단위 조직이 각각 1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또 대통령 경호실이 경호처로 바뀌면서 실 단위 조직은 1개 줄고, 처 단위 조직은 국민안전처가 폐지되는 대신 경호처가 추가돼 전체 숫자는 변동이 없었다.

인수위원회가 없이 출범한 정부인 만큼 국정 공백을 줄이기 위해 정부조직 개편을 최소한으로 줄인 것이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중소벤처기업부가 신설됐고, '청'의 숫자는 중소기업청이 사라지는 대신 소방청과 해경청이 신설됐다.

또 국가보훈처는 장관급 기구로 격상해 위상을 강화했다.

특히 통상 기능을 외교부로 이관하지 않고, 산업통상자원부에 존속시킨 것은 국정운영의 연속성을 유지하겠다는 현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브리핑을 통해 "국정 안정을 위해 조직개편을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정부조직 개편을 최소화한 데에는 야권과의 협상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정부조직 전반을 뜯어고치려 하는 경우 야권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고,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야당도 합리성을 이해하고 신속하게 통과될 안이 만들어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자리 창출'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구현
당·정·청은 정부조직 개편 최소화 속에서도 문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구현하기 위한 방안을 담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차관급 조직인 중소기업청을 장관급 조직인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시킨 것이다.

정부는 또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지원 업무 일부와 미래창조과학부 창업지원 기능, 금융위원회의 기술보증기금 관리 기능을 중소기업부로 이관하기로 했다.

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벤처 창업을 독려하는 것은 물론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해 일자리 창출 효과도 노리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갑질 근절, 재벌 부당 특혜,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 보호,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등 '경제민주화'를 구현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의 수자원 정책 기능과 홍수통제소, 하천관리, 수자원공사 감독 업무 등 물 관리 업무를 환경부로 이관한 부분도 문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구현하기 위한 방안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4대강에 있는 보를 상시개방하고, 현재 수질(환경부)과 수량(국토부)으로 구분된 물 관리 업무를 환경부로 일원화하도록 지시했다.

◇'조직개편 리스크' 사라진 공직사회…부처 간 희비 엇갈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조직 개편은 모든 공직자에게 '초미의 관심사'다.

조직의 운명은 결국 공무원 개개인의 운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정부조직 개편이 최소화로 끝나자 일선 부처 공무원들은 대체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조직개편에 대한 리스크가 사라진 만큼 이제는 안정감을 갖고 업무에 매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다.

중앙행정기관의 국장급 공무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권이 바뀌면서 정부조직이 어떻게 바뀔지 관심이 많았는데 정부조직 개편이 최소화로 마무리되면서 공직사회에 큰 동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정부조직 개편 대상에 포함된 부처는 희비가 엇갈렸다.

중소기업청은 중소벤처기업부 승격을 환영하면서 중소벤처기업부가 한국 경제의 한 축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그동안 중소기업청이 차관급 외청으로 입법권이 없어서 부 승격을 희망해 왔다"면서 "내부 직원들이 환영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외교통상부' 복원을 기대했던 외교부에서는 통상 기능을 산업통상자원부에 그대로 두기로 한 이번 개편안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외교부의 한 간부는 "결론이 도출된 만큼 수용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재외공관(대사관과 총영사관 등)의 주된 임무가 '통상'인 만큼 어떻게 (산업부와 재외공관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킬 수 있을지 앞으로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조직이 대폭 축소될 위기에서 통상 기능을 지키게 된 산업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