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DB(사진 김범준 기자)
정유라 DB(사진 김범준 기자)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인물인 최순실의 딸이자 '이화여대 입시·학사 비리'의 수혜자인 정유라(21)씨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정씨의 첫 영장 범죄인 업무방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보강하고,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외국환 거래법 위반, 뇌물수수 등 새로운 혐의를 추가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할 전망이다.

법원이 전날 밝힌 영장 기각 사유는 "범죄 가담 경위와 정도, 기본적 증거자료들이 수집된 점 등에 비추어 현 시점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였다.

이는 검찰 수사로 혐의는 일정 부분 소명은 됐지만, 범죄 가담 정도가 구속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범죄를 주도한 것은 최순실씨이며 정씨는 그 밑에서 움직인 것이므로 가담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취지로 보인다.

또 이미 범죄를 뒷받침할 증거가 수집돼 있으므로 구속까지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는 뜻도 된다.

이에 따라 검찰은 우선 추가 수사를 통해 기존 영장 내용인 업무방해와 위계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보강, 정씨가 적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했다는 증거를 보강하는데 집중할 전망이다.

정씨는 범행을 부인하고 어머니 최씨에게 떠넘겼고, 이를 넘겨받은 최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결국 '원인'이 없는데 '결과'만 있고, '원인 제공자'는 처벌을 안 받고 '실행자'만 처벌된 상황인 셈이다.

외국환관리법 위반과 뇌물수수 공모 혐의 등도 수사가 진전되면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이 큰 것은 정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자신의 어머니인 최순실씨가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의 상징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전체 사건에서 정씨의 역할은 제한적이지만 현재 진행 중인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재판에서 핵심인 뇌물수수 등 각종 의혹을 규명하는 과정에서는 정씨가 아는 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정씨 조사는 검찰에 유리한 '카드'가 된다는 점도 재청구에 무게를 싣는 요인이다.

시종일관 혐의를 부정하는 최씨를 압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삼성그룹으로 이어지는 '승마 특혜 지원' 등 국정농단 사건의 새 단서를 찾아낼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정씨는 기각 당일인 3일 변호인을 만나 2시간가량 대책을 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 측은 불구속 수사 원칙을 강조하면서 범행 가담을 부정하거나 최소화하는 전략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정씨는 영장기각으로 석방되면서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다시 내 억울함을 말하겠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