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효과 극대화" 한목소리…"정부 파트는 왜 안오죠" 기싸움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31일 연 첫 당정협의에서는 전임 정권과 호흡을 맞춘 부처 관계자들과 새 집권여당 소속 의원들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우선 공약인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논의하는 자리인 만큼 당정은 조속한 추경 통과를 위해 협력하자면서 뜻을 모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 측 대표로 나와 당정 간 '어색한 동거'의 모습이 이날도 포착됐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협의에는 민주당 의원만 20명 가까이 참석했다.

우원식 원내대표와 김태년 정책위의장 등 원내대표단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파견된 5명의 정책조정위원장, 백재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등 원내 주요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우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정부가 문 대통령의 의지를 살려서 추경안을 잘 짜 왔을 거라고 기대한다"면서 "국민적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당정이 꼼꼼하게 논의하고 야당에도 성실히 설명해서 차질없이 추경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유 경제부총리도 이에 화답하듯 "당의 많은 충고와 요청 사항을 충실히 반영하겠다"면서 "목표한 바대로 잘 집행돼 추경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편성하겠다"라고 말했다.

유 부총리가 회의실에 입장할 때는 우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일어나서 환한 표정으로 악수를 청하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다만 양측간 신경전 기류도 감지됐다.

회의 시작 5분 전 제1정조위원장이자 국정기획자문위 정치·행정분과 위원장인 박범계 의원이 "정부 파트는 왜 안 오죠?"라고 물었고, 이에 우 원내대표가 "우리가 훨씬 군기가 잘 들었나보다"라고 말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우 원내대표는 유 부총리의 면전에서 진행한 모두발언에서 "경제정책의 수혜 대부분을 기업이 차지했다.

하지만 고용을 늘리지 않고 골목상권까지 독차지했으며 정부는 이를 방조했다"라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뒤 회의장 밖에 대기하던 기재부 공무원들과 기자들 사이에서는 유 부총리가 여당의 뜻을 잘 반영한 추경을 약속한 데 대해 "성격도 좋으시다", "원래 야당 시절부터 서로 잘 알았던 사이들이다"라는 대화가 오갔다.

제윤경 원내대변인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일자리 추경의 목표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했다"면서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이 일자리 추경에 원만하게 동참할 수 있도록 공통공약을 적극 반영하는 등의 노력을 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hrse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