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교황청에 특사 김희중 한국 천주교 주교회 의장 겸 광주대교구 교구장을 파견해 북핵 위기 해결과 남북 화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교황청의 적극적 지원을 요청하는 서한을 전한다.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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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주교 23일(현지시간) 교황을 직접 만나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뒤 교황청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는 등 특사 활동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김 의장을 통해 보내는 친서에 그동안 한국과 한반도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온 교황과 교황청에 감사를 표하고 북핵 문제 해결, 남북 화해, 한반도 평화 정책을 위해 기도하고 중재해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주교는 "교황청은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외교력이 훨씬 대단하다"며 교황이 북핵 문제에서도 상당한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4년 12월 미국과 쿠바의 53년만의 국교정상화 과정에서도 협상을 주선하며 적극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은 그해 여름 양국 지도자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간첩 혐의로 쿠바에서 5년째 갇혀 있던 미국인 앨런 그로스를 비롯해 양국에 수감된 정치범들을 석방·교환할 것을 요구했다.

또 바티칸은 10월에는 미국과 쿠바 양국 대표단을 바티칸으로 초청해 양국의 미묘한 현안들을 논의하는 자리를 주선하는 등 미국과 쿠바의 물밑 협상을 적극 지원했다.

최근 교황은 지난달 29일 이집트 방문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한반도 긴장 고조에 우려를 표명하며 외교적 해법과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청와대 측은 문 대통령이 교황이 보낸 친서에 남북정상회담 중재를 요청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친서 내용은 대체로 남북 평화 등 일반적이고 원론적인 내용이며 구체적은 언급은 없다는 것이다.

김 대주교는 역시 "친서에 남북 정상 회담 중재와 같은 구체적인 언급은 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