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태운 구급차, 현장 경호원들이 앞서 가도록 도와

"비키세요. 차 돌려서 앞으로 가요."

18일 오전 11시 20분께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막 끝난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 관리사무소 앞에서 사복을 입은 경호원들이 갑자기 바쁘게 손짓하며 119구급차를 돌려세워 앞으로 이끌었다.

구급차는 옆에서 함께 뛰며 인파를 헤쳐주는 경호원들의 유도에 따라 빠른 속도로 앞으로 내달렸다.

응급환자를 태운 구급차 바로 앞에는 5·18 기념식을 마치고 이제 막 의전 차량에 올라 묘지를 떠나려던 문재인 대통령이 탄 차량이 있었다.

문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과 경호·의전 차량 10여 대는 옆으로 비켜서 속도를 줄여 구급차가 앞서가길 잠시 기다렸다.

구급차는 창문을 내리고 시민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던 문 대통령이 탄 차량을 빠르게 추월해 병원으로 내달렸다.

이 구급차 안에는 5·18 기념식을 마치고 나와 갑자기 쓰러진 50대 남성 A(54)씨가 타고 있었다.

A씨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발생한 1980년 5월 계엄군에 연행돼 고문을 받고 풀려나 37년 동안 외상후스트레스장애(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환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인에 따르면 A씨는 5·18과 관련된 장소에 가거나 장면을 목격하면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갑자기 쓰러지고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곤 했다.

A씨는 이날도 5·18 기념식에 참석한 이후 갑자기 숨을 제대로 못 쉬는 증상으로 쓰러져 119 구급대원들에게 응급처치를 받으며 구급차에 올랐다.

하지만 묘지를 출발한 대통령 경호·의전 차량 행렬과 대통령을 배웅하려고 몰린 시민들로 구급차가 빠져나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현장 경호원들이 이를 보고 구급차가 먼저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왔고 덕분에 A씨는 병원으로 무사히 옮겨져 현재 안정을 취하고 있다.

이 장면을 목격한 김모(28)씨는 "대통령이 시민 사이를 걸어 5·18 기념식장에 참석한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 것처럼 대통령 의전 차량이 구급차의 앞길을 열어준 장면은 문재인 정부의 '열린 경호'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인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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