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신형IRBM '화성-12', 열병식서 공개됐던 ICBM급 미사일
1t 중량 핵탄두 장착 가능…탄두무게 줄이면 앨래스카 타격
北 "대기권재진입 확증"…액체연료 '백두산 엔진' 장착 추정
하단 보조날개 없이 자세제어 가능해 '기술적 진보' 평가


북한은 15일 전날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대형중량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새로운 지대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이라고 밝혀 그 실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은 이 미사일이 '새형(신형)'이라고 주장하면서 '화성-12' 형으로 명명해 그간 발사했던 무수단(화성-10)이나 '북극성 2형'과는 다른 형태임을 말해줬다.

실제 노동신문이 이날 공개한 사진을 보면 지난 4월 열병식 때 공개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추정 탄도미사일로 나타났다.

◇딱 한 번 공개하고 발사 성공한 ICBM급 미사일
북한은 지난 4월 열병식에서 이 미사일을 단 한 차례 공개했다.

이번에 단번에 발사에 성공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지만, 올해 들어 잇달아 시험발사에 실패했던 미사일이 이 기종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무수단 미사일(화성-10)도 작년에 7번이나 발사 실패한 사례가 있었다.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된 이 미사일은 무수단 미사일 탑재 차량에 실려 있었지만, 탄두 부분이 뾰족한 형태여서 무수단과는 탄두가 다른 모양이었다.

미사일 동체는 KN-08과 유사했다.

이 때문에 이 미사일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무수단 확장형 또는 KN-08 개량형으로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무수단 미사일의 개량형 또는 확장형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당시 공개된 미사일 동체에는 'ㅈ01010704', 'ㅈ12121701' 등의 글자가 새겨져 있었지만,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 동체에는 'ㅈ11831851'이 씌어있다.

'ㅈ'는 전략미사일을 운용하는 '전략군'을 의미하며 숫자는 미사일 생산 공장, 운용부대 등의 정보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에 발사에 성공한 '화성-12'형은 동체 하단부에 격자형 보조 날개(GRID FIN)를 달지 않고도 자세 제어가 이뤄졌다.

관련 기술이 진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러 차례 실패한 무수단 미사일은 이런 보조 달개를 달았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무수단 확장형으로 보이는 화성-10형을 이미 개발해 놓고 이번에(지난 4월에) 처음 보여주고 발사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탄두 중량 1t, 백두산 엔진 사용…탄두 중량 줄이면 알래스카 타격
북한이 발사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은 탄두 중량이 1t가량으로 추정됐다.

미사일 엔진은 지난 3월 18일 시험한 액체연료의 '백두산 엔진'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평북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시험한 이 엔진은 주엔진 1개에 보조엔진 4개를 달아 추진력을 극대화한 형태로 개발됐다.

이번 발사한 미사일도 주엔진 1개와 보조엔진 4개에서 강한 화염이 나오는 것이 식별됐다.

이 엔진은 작년 9월 20일 북한이 공개한 '신형 정지위성 운반 로켓용 대출력 발동기'와 유사했다.

당시 북한은 엔진 추진력이 80tf(톤포스: 80t 중량을 밀어 올리는 추력)로 측정됐고 연소 시간은 200초라고 주장했다.

ICBM 엔진은 보통 미사일 상승 단계에서 180∼300초 동안 연소 작용을 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추진력 80tf의 엔진 4개를 묶어 ICBM 1단 추진체를 만들면 미국 본토까지 날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영근 교수는 "지난 3월 시험한 백두산 엔진을 사용했고, 탄두중량은 1t가량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전날 공개한 시험 발사 데이터를 보면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ICBM급 미사일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탄두 중량을 500~600㎏으로 줄이면 알래스카도 타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탄두 중량을 줄이면 사거리 6천㎞ 이상을 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날 전날 발사한 미사일이 "최대 정점고도 2,111.5㎞까지 상승 비행해 거리 787㎞ 목표수역을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액체 엔진을 사용하는 이 미사일은 7천㎞ 내외의 알래스카와 하와이를 목표로 한 새로운 ICBM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미사일은 1단 추진체로만 구성된 것으로 추정됐다.

1단 추진체만으로 하와이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2단 추진체를 결합하면 미국 본토를 충분히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와 함께 '화성-12형'의 길이가 17~18m가량으로 추정된 것으로 미뤄 지난해 12월 발사 성공한 인도의 ICBM과 유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장영근 교수는 "화성-12형이 미국 본토 타격은 아니더라도 탄두 무게를 줄이면 알래스카도 타격할 수 있다"면서 "지난해 시험 발사했던 인도의 ICBM이 이 정도 수준"이라고 말했다.

인도는 지난해 12월 26일 핵탄두를 탑재해 베이징(北京) 등 중국 북부 지역까지 타격할 수 있는 ICBM '아그니-5' 미사일을 이동발사대로 시험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아그니-5는 길이 17m, 무게 50t에 1t 이상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으며 사거리 5천㎞로 중국 북부를 포함한 아시아 대부분 지역과 아프리카, 유럽 일부를 사정권에 두고 있다.

다만, 당시 시험발사는 발사대로부터 2천500㎞ 이내에 있는 목표물을 겨냥해 이뤄졌다.

북한이 '화성-12형'을 시험 발사한 환경과 매우 유사하다.

김동엽 교수는 "2천km 이상까지 올라갔다고 하니 대기권 재진입 실험은 당연히 했을 것이고, 거의 ICBM에 준하는 재진입 환경을 묘사하는 것에는 성공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일정고도에서 공중폭발시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직 성공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시험발사는 위력이 강한 대형중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새형의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켓의 전술 기술적 제원과 기술적 특성들을 확증하는 데 목적을 두고 이뤄졌다"면서 "가혹한 재돌입환경 속에서 조종전투부의 말기유도 특성과 핵탄두 폭발체계의 동작 정확성을 확증하였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