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같이 승리축하", 시진핑 "인간적 관심 표명", 아베 "솔직한 의견 교환"
文대통령, 미국·중국과 달리 일본에는 '특사 파견' 언급 안해
中과는 사드 기본 입장 확인…美와는 사드 거론 안돼 '대조'


문재인 대통령과 미·중·일 정상 간의 연쇄 전화 통화는 순서 및 시간, 분위기 면에서 차이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우선 통화 순서는 미국, 중국, 일본 순이었지만 통화 시간은 중국이 미국보다 많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당일인 10일 오후 10시 30분(이하 우리시간) 가장 먼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했다.

이어 11일 정오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2시간여 뒤인 오후 2시35분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총리와 각각 전화로 대화했다.

통화 시간은 시 주석이 40여 분으로 가장 길었다.

트럼프 대통령과는 30여 분, 아베 총리와는 25분 통화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결과적으로 통화 순서 면에서는 미국을, 통화 시간 면에서는 중국이 배려된 셈이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 우리 외교의 양대 축인 한미, 한중관계에 대해 미국과의 전략적 유대를 지속하는 한편 한중관계를 내실화하겠다는 외교 공약을 밝힌 바 있다.

또한, 일본과는 역사 문제는 원칙적으로 대응하되 실용적 입장에서 성숙한 협력동반자 관계로 발전시키겠다는 기조를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이런 주변국 외교 기조는 통화 분위기와 내용에도 반영됐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반도와 주변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 속에서 한미동맹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안보 정책의 근간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면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높게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과 미국과의 동맹관계는 단순히 좋은 관계가 아니라 '위대한 동맹관계'"라고 화답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초청한 뒤 "오시면 해외 정상으로서의 충분한 예우를 갖춰 환영하겠다.

우리 두 사람의 대통령 선거 승리를 같이 축하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 등 껄끄러운 현안도 거론된 시 주석과의 통화도 정상간 분위기는 좋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이 "서로 인간적인 관심을 표명"(청와대 발표)했다는 점에서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 "뵌 적은 없지만 TV 화면을 통해 많이 봬서 아주 친숙하게 느껴진다"고 말했고 시 주석도 문 대통령에게 "대통령님의 평범하지 않은 개인 경력과 많은 생각과 관점이 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화답했다.

반면 아베 총리와의 통화는 현안 위주로 기본입장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진행됐다.

아베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대해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 구축을 위한 기반으로 착실히 이행해 나가길 기대한다"며 일본 입장을 비교적 강하게 밝힌 것도 통화 분위기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박근혜 정부에서 진행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대해 재협상 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으며 이날 통화에서는 "우리 국민들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그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에는 특사 파견을 약속했으나 일본과의 통화에서는 별도의 특사 언급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통화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솔직한 입장을 밝히고 의견을 교환했다"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강병철 기자 solec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