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국무총리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직원들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황교안 국무총리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직원들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황교안 국무총리가 결국 장관 제청권 행사 없이 물러났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신해 제청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이낙연 새 총리 후보자가 국회 동의를 받아 임명될 때까지 장관 인사도 미뤄질 전망이다.

윤영찬 청와대 홍보수석은 11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황 총리가 제출한 사표를 수리했다”고 발표했다. 윤 수석은 “문 대통령이 어제 황 총리와 만났을 때 ‘새 정부가 자리 잡을 때까지 지켜주셨으면 좋겠다’고 했으나 황 총리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것이 좋겠다’는 말과 함께 사의를 밝혔다”며 “총리가 새로 임명돼 제청권을 행사할 수 있게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 직제개편안 의결을 위해 열린 임시 국무회의도 황 총리 대신 유 부총리 주재로 진행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당초 황 총리가 이 총리 후보자 임명 때까지 남아 장관 제청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황 총리는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새 정부의 내각 제청권과 관련해 “대통령 당선인 의견이 있으면 그것을 감안해 상의하면서 법절차를 밟겠다”며 잔류해서 제청권 행사에 협조할 의사를 내비쳤다. 이 총리 임명 절차를 기다리면 새 정부 조각이 상당 기간 지연될 수밖에 없다. 황 총리 대신 남아있는 유 부총리가 직무대행으로 제청권을 행사하면 법 위반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에 입법조사문의 결과 황 총리가 사임하면 국무위원 제청권은 부총리에게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위법 가능성이 적은 만큼 유 부총리에게 제청권을 행사토록 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현 정부는 총리 임명 때까지 전 정부 장관들과의 동거가 불가피하다. 현 장관들은 국무회의에 참석해 의결 정족수를 채우는 ‘거수기’ 역할에 그친다. 이 경우 주말께 제청권 행사가 필요없는 차관 인사를 단행해 실세 차관 위주로 국정 운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