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새 원내대표 '친문' 홍영표 vs '비문' 우원식 양자 대결
여야 원내 사령탑 경쟁이 불붙었다. 9년 만에 집권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과 원내 제2야당인 국민의당이 오는 16일 새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민주당은 지난 10일 의원총회를 열어 새 원내대표 선출을 위해 김영춘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선거관리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 민주당이 원내대표 선출을 서두르는 것은 문재인 정부 초기 국정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회 지원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경선은 지난해 1기 원내대표 선거와 달리 11일 후보등록 마감 결과 비문(비문재인)인 우원식 의원과 친문(친문재인)계인 홍영표 의원이 출사표를 던지며 양자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우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정부의 성공에 제 모든 것을 걸겠다”며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우 의원은 “질서 있는 개혁을 위해 당·정·청 간 협력, 야당과의 협치, 국민과의 소통의 길을 만들겠다”며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되는 ‘공정과 일자리’ 100일 플랜에 모든 당력을 쏟아붓겠다”고 강조했다.

운동권 출신 3선인 우 의원은 고(故) 김근태 고문을 따르던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으로 분류되며 계파색은 엷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 원내수석부대표, 최고위원을 지냈고 지난 3년 동안 당 민생대책기구인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을 이끌었다. 지난해 원내대표 경선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결선 투표에서 우상호 원내대표에게 7표 차이로 석패했다.

3선으로 노동운동 활동가 출신인 홍 의원 역시 같은 장소에서 “더 큰 승리를 만들기 위해 집권 첫해, 원내대표의 가시밭길로 나가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홍 의원은 “집권 첫해 원내대표는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바탕으로 국정운영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할 책임자가 필요하다”며 “노무현 정부 공직경험 및 3선 의정 활동으로 축적한 역량과 함께 대통령과의 유기적인 팀워크를 통해 집권 첫해 당이 중심이 되는 당·정·청 협의를 조기에 안착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홍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으며 가습기살균제 문제 등에 적극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아 신임 고용노동부 장관 하마평에도 오르내린 바 있다. 또한 친문계 인사로 청와대와의 의사 소통이 매끄러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민단체 출신인 우 의원과 노동운동가 출신인 홍 의원 모두 당내 ‘강성’으로 분류되는 만큼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을 설득할 수 있는 협상력과 협치 능력이 가장 중요한 당선 기준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 내부에선 우 의원에 대한 합의 추대 의견이 나올 정도로 우 의원이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당 주류인 친문계가 지원해 주는 홍 의원이 실제 투표에선 분위기를 역전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당은 지도부 공백 사태로 비상이 걸렸다. 국민의당 지도부는 이날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박지원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지방선거와 총선, 5년 후 대선을 준비하려면 지금부터 혁신의 길로 들어가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보다 더 강한 혁신을 요구하고 쇄신하는 자세가 필요하기 때문에 총사퇴했다”고 밝혔다.

오는 16일 선출되는 새 원내대표는 대선 패배 후 당 분위기를 수습하는 동시에 비상대책위원장 선정까지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승용 원내대표가 그 전까지 당 대표 권한대행을 겸한다. 주 원내대표가 ‘임기 연장’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3선의 유성엽 의원이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는 재선의 김관영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원내대표 출마 의사를 밝혔다. 김 의원의 러닝메이트로 재선인 이언주 의원이 정책위원회 의장에 도전한다. 4선의 김동철 의원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은정진/김기만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