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외용 방송 "북남관계 개선은 민족사적 과제"
전문가 "민간교류 통한 점진적 관계개선 전략인 듯"


북한이 다음 달 9일 열리는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연일 주장하고 있다.

북한의 대외용 라디오 방송인 평양방송은 지난 27일 '북남관계 개선에 조국통일이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남관계를 개선하는 것은 미룰 수 없는 민족사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방송은 남북관계가 최악의 파국상태임을 상기시키며 "우리 공화국은 7·4 공동성명 발표 45돌과 10·4선언 발표 10돌이 되는 올해를 자주통일의 새 국면을 열어놓는 매우 의의 깊은 해로 빛내기 위해 성의 있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조선 당국이 대결정책을 전환하여 북과 남의 화해와 단합, 관계 개선을 지향해 나선다면 평화와 통일의 획기적 국면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남쪽에 공을 던졌다.

이어 "북과 남은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함께 손잡고 조국통일의 길로 나아가야 할 동반자"라며 "남조선 당국자들은 외세가 아니라 민족에 의거해 민족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데로 방향 전환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19일에는 박명철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서기국 국장 겸 의장이 조선중앙통신에 발표한 담화에서 "지금이야말로 전체 조선 민족이 일치단결해 통일운동의 전성기를 열어나가야 할 중대한 시기"라며 남북관계 개선을 호소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북한 체육계에 몸담고 체육상까지 지냈던 박명철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프로레슬러 역도산(본명 김신락)의 사위로, 남북 체육교류 경험이 풍부한 인물이다.

이처럼 북한이 한국의 대선을 코앞에 두고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하며 분위기를 띄우는 것은 새로 출범할 정부의 대북정책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북한의 최근 대남 유화공세에서 눈에 띄는 점은 남북 당국 간 대화보다는 '통일대회합'과 같은 민간교류를 부쩍 강조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김대중 정부 시기인 1999년부터 2001년까지 통일대회합을 자주 언급한 바 있다.

이후 한동안 뜸하다 노무현 정부 시기인 2005년께 통일대회합이라는 용어가 북한 매체에 다시 등장했지만 2006년 이후에는 사라졌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언급되지 않았던 통일대회합 구상은 작년 6월 발표된 '전체 조선 민족에게 보내는 호소문'에서 "전민족적인 통일대회합을 개최하자"는 제안으로 다시 등장했고, 북한은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통일대회합 성사를 촉구해왔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말과 이달 11∼12일 중국 선양에서 남측과 해외의 민간단체들과 접촉해 '전민족대회'(통일대회합) 성사를 위한 실무적인 문제를 논의하는 등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또한, 이달 들어 단군민족통일협의회 등의 대남 외곽단체를 내세워 남측 민간단체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운동에 나서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며 민간교류의 포석을 깔았다.

북한이 남북 간 민간교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한국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당국 간 접촉이 이른 시일에 이뤄지기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도 오랫동안 단절된 남북관계의 현실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며 "한국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면 민간교류 활성화를 돌파구로 남북관계를 점차 개선해나가려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지성림 기자 yoon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