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통령, 북한에 공개 경고

황교안 권한대행과 공동성명
"한국 선거 결과 어떻든 한·미 동맹 확고
대북 억지력 차원서 사드 조속 배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오른쪽)이 17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오른쪽)이 17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17일 내놓은 공동 발표문의 목적은 분명했다. 펜스 부통령은 북한을 겨냥해 “핵 도발을 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강력 경고하고 중국에 대해선 “북한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미국이 직접 나서겠다”고 압박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당국자들이 제각각 내놓은 대북·대중 메시지를 어느 때보다 강하고 직접적인 말로 표현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식 한반도 정책의 종합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

펜스 "북한, 시리아 공격 잘 봤을 것…전략적 인내 시대 끝났다"

황 대행과 펜스 부통령은 이날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1시간 이상 오찬회동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 나섰다. 지난달 한국에서 식사를 하지 않고 일본으로 향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는 다른 행보였다.

황 대행은 “북핵 및 미사일의 엄중성과 시급성에 한국과 미국이 인식을 같이하고 북한의 추가 도발 시 강력한 징벌적 조치를 조속히 취할 것”이라며 “대북 억지력을 제고하기 위해 방어력을 강화하고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를 조속히 배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징벌적 조치라는 말 대신 ‘공격과 힘’이라는 좀 더 명확한 표현을 썼다. 그는 “지난 2주간 우리가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한 것을 통해 세계가 미국 대통령의 힘을 목도했다”며 “북한은 미국 대통령의 결의를 시험하거나 미군의 힘을 시험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두 사람은 한·미 공조가 중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황 대행은 “주요 현안들에 대한 대처와 해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양국 간 물 샐 틈 없는 공조”라며 “앞으로 한 치의 빈틈도 없는 긴밀한 협의와 조율을 해나가는 데 전적으로 인식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펜스 부통령은 “대통령 선거 결과가 어떻든 간에 한반도 안보에 대한 미국의 의지는 철갑같이 공고하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해선 관대하지 않았다. 펜스 부통령은 “한국과 함께 평화적 방식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길 바랐지만 그렇지 못했다”며 “전략전 인내는 지난 미국 행정부의 접근 방식으로,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이 났고 모든 옵션은 테이블 위에 있다”며 “우린 압도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북한 핵무기 공격을 퇴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韓·美 공조 통해 중국 압박

두 사람은 중국에 대해서도 압박 수위를 높였다. 황 대행은 “한·미 양국은 사드 배치와 관련해 중국 측의 부당한 조치가 조속히 중단되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펜스 부통령도 “한국이 자국을 방어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에 중국이 경제적 보복조치를 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중국은 북한 위협을 관리하는 게 더 적절한 것 같다”고 중국의 변화를 촉구했다. 이어 “중국이 북한에 적절하게 대처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만약에 중국이 그렇게 행동하지 못하면 북한의 변화를 위해 미국은 동맹국들과 함께 직접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이전에 한국을 찾은 미국 각료들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표현을 썼다. 펜스 부통령은 “지난 18개월간 북한은 두 번의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발사했다”며 “심지어 내가 한국으로 오는 와중에도 미사일을 쐈다”고 날을 세웠다. 국방부도 이날 신속하게 사드를 배치한다는 기존 방침에 바뀐 게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이 계속 커지고 있어 미국의 발언과 접근법이 이전보다 더 세질 수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우리 스스로 준비하지 않으면 북한 문제에서 배제되는 ‘코리아패싱’이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인설/이미아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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