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보좌관의 증언 "안철수 부인 업무에 직원 동원?…이정도는 애교 수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부인 김미경 교수의 개인적인 업무에 사무실 직원들을 동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갑질 논란'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14일 보도에 따르면 김미경 교수가 강의 자료 검토나 기차표 예매 등 사적인 일에 의원실 직원들이 투입됐다고 한다. 2015년에는 안 후보가 직접 "김미경 교수의 글 교정을 부탁한다"며 "26페이지 분량을 오늘 내로 해달라"고 말한 뒤 비서진에게 '원고 교정 부탁'이란 제목의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는 것.

원고는 의원실 업무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김미경 교수의 서울대학교 연구 자료였다고 한다. 이 밖에 장보기나 인감증명서를 떼는 일까지 시켰다는 것.

언론들은 안철수 후보가 직접 지시를 하거나 김미경 교수가 의원실 직원에게 사적인 일을 시키는 걸 묵인했다고 도덕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안 후보 전직 의원실 관계자는 "안철수 의원은 부인이 나를 위해서 보좌의 차원으로 한 건데 그것이 무엇이 문제냐 식으로 말했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현재 다른 국회의원의 보좌 업무를 맞고 있는 보좌관은 이 '갑질 논란'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 현직의원의 보좌관 A씨와 통화를 해봤다. A씨가 보좌하는 국회의원은 국민의당이 아님을 먼저 밝힌다.

Q. 김미경 교수 개인적인 업무를 위해 안철수 후보의 보좌관 동원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밤 10시 현재도 야근중이라 솔직히 기사를 보지 못했다. 우리 의원 정책업무 챙기기에도 바빠서 솔직히 다른 당 의원들 기사까지는 볼 겨를이 없다. 어떤 내용인가.

(기사 전달 및 내용 설명)

A. 솔직히 지금 보도된 내용상 표면적으로 드러난 일만 놓고 본다면 안 후보 사무실 전 직원의 개인적 감정이 결부된 문제 같다. 의원들은 퇴근 못하고 사무실에서 자는 경우도 있어서 양말 와이셔츠 챙기기부터 온갖 소소한 일들을 보좌관들이 챙기는데 증명서 떼기나 열차표 예매 등은 '애교'라고 생각된다. 현실에서는 더 잡다한 일들이 많고 사적인 일과 공적인 업무의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다. 연예기획사에서 스타 한 명 챙기는 상황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편할 것이다.

Q. 그럼 문제가 없다는 말인가.

A. 그건 아니다. 행정비서는 행정비서관으로서의 역할이 있고 정책보좌관은 다 각각 업무가 있는데 그 외 업무를 시키는 것이 정당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사 내용상 안 후보가 보좌관에게 '원교 교정 부탁'이라고 메일을 보냈다는 대목에서 '부탁'이라는 말이 보는 순간 눈에 띄었다. 사람마다 성향은 다르겠지만 보통 당연시하며 업무를 지시하는 사람은 '부탁'이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지시를 받는 사람이 모멸감을 받았느냐 아니냐의 문제지 공사구분은 솔직히 의원 보좌관들에게는 그렇게 뚜렷하게 구분지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Q. 공사 구분을 뚜렷하게 할 수 없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이일은 안 후보 업무가 아닌 부인의 업무 아닌가.

A. 안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김미경 교수가 별도의 지원일정을 다니는 것으로 안다. 김미경 교수 입장에서는 자신의 본업이 따로 있지 않나. 이같은 안 후보 지원 일정을 다니는 것에 대해 자신이 남편과 보좌관의 일까지 거들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자신의 일정 챙기기부터 안 후보를 보좌하느라 뺏긴 시간에 자신이 원래 해야할 연구 관련 일들도 안 후보 보좌관의 업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Q. 갑질 하는 의원이나 가족들의 사례를 접한 적이 있나.

A. 아까 의원 사무실은 연예기획사와 비슷하다고 하지 않았나. 의원의 일정과 정책 등을 챙기는데 모든 직원이 똘똘 뭉쳐 너일 내일 할 것 없이 한마음이 돼야 하는 상황이라 솔직히 바로 옆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 얼굴도 보기 힘들다. 공공장소에서 모멸감을 받는 보좌관들도 일부 보긴 했지만 최근에는 극히 드문 것으로 알고 있다. 어차피 공과 사의 구분이 모호한 상황인데 제 개인적으로는 업무지시를 받고 모멸감을 받았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 같다.


한편 안철수 후보 부인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는 이날 "저의 여러 활동과 관련해 심려를 끼쳤다. 비서진에게 업무 부담을 준 점 전적으로 제 불찰이다. 더욱 엄격해지겠다.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김 교수의 사과 후에도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보좌진들이 받았을 인격적 모욕이나 스트레스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는 찾을 수 없다"면서 "안철수 후보가 직접 사과하라"고 맹공을 퍼붓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