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래빗 촬영·편집 = 신세원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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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선거 후보가 ‘중소벤처 전용 R&D센터’, ‘청년취업 보장제’ 등 중소기업 정책 공약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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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후보는 1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차기정부 중소기업 정책 관련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강연회’에서 중소기업계 대표들을 만나 “우리나라는 지금 수출, 내수, 일자리 등 5대 절벽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을 맞이했다”며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현재 우리나라의 대내외 경제 상황을 ‘5대 절벽’으로 비유하며 수출·내수·일자리·인구·외교 분야에서 위기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또 ‘4차 산업혁명’을 앞둔 시점에서 기존의 정부 주도형 정책으로는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간기업들이 기술과 인력 면에서 스스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정부가 할 일은 민간에서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하도록 튼튼한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며 “인재 교육, 기술 투자, 공정 경쟁 강화가 튼튼한 기반을 만드는 세 가지 축“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 벤처 전용 기술개발(R&D)센터를 국책연구소로 만들고, 중소기업 취업자에게 매달 50만원씩을 2년간 지원하는 취업보장제, 공정거래위원회 개혁 등을 구체적인 방안으로 내놓았다.

다음은 안 후보의 강연 전문이다.

직접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저는 1995년 창업했습니다. 경영 전혀 모르던 의사가 창업하니까 회사가 제대로 됐겠냐. 2년 내내 돈 꾸러 다녔습니다. 어음깡하는 게 일이었습니다. 2년 정도 지나니까 대기업과 거래를 하게 됐습니다. 큰 계약을 맺었고 너무 기뻤습니다. 바로 IMF 외환위기가 닥쳤습니다. 그러면서 그 대기업, 한라그룹이 망했습니다. 한푼도 못 받았습니다. 너무나 절망스러워서 회사에 들어갔는데 직원이 아무도 저를 안 쳐다보고 일만 하고 있었습니다. 몰래 방으로 들어갔는데 한 두 시간 지나니까 초상집 분위기가 됐습니다. 그 때 알았습니다. 한 조직의 리더는무대 위에 서있는 배우와 같다. 그 다음부터 습관이 하나 생겼습니다. 회사 문을 열기 전에 스스로 점검하고 스위치를 바꿉니다. 회사 걱정은 내가 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참고 참고 견뎠습니다. 그 기억이 납니다. 벌써 20년 전입니다. 올해가 큰 회사 부도난 지 20년 된 해입니다.

간단하게 세 가지 정도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어디에 서있는가. 앞에 무엇이 놓여져 있는가, 무엇을 할 것인가. 중소기업 중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한마디로 5대 절벽입니다. 수출 절벽, 내수 절벽, 일자리 절벽, 인구 절벽, 외교 절벽입니다.

첫 번째는 수출 절벽. 1958년 이후 2년 연속 수출 감소했습니다.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이 성장률이 감소하고 수출 경제에서 내수 위주로 바뀌면서 우리처럼 중간재 수출국가는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수출은 정말 암담합니다. 두 번째는 내수 절벽입니다. 작년 말 가계부채가 1344조원입니다. GDP 90% 이상입니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때 이 수준보다 낮았는데 금융위기가 닥쳤습니다. 우리나라는 정말 위험한 상황입니다. 빚이 많은데 어떻게 물건 사겠습니까. 세 번째는 일자리 절벽입니다. 청년실업률은 작년 말 9.8%로 사상 최대입니다. 실제 실업률은 34%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 5년간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대학생 신입생 숫자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신입생 숫자가 2010년 처음으로 35만명을 돌파, 2012년에는 37만명에 도달했습니다. 보통 이 학생들이 대학 입학 이후 취업 전선에 나오는 게 남학생은 7년, 여학생은 5년 후입니다. 올해부터입니다. 올해 경험해보지 못한, 사상 최악의 청년 실업이 놓여 있습니다. 기정사실입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다음은 인구 절벽입니다. 15~64세 인구 생산가능인구의 감소가 시작하는 첫 해입니다. 어떻게 되는가 하면, 일본이 1995년 생산가능인구 정점을 찍고 그 다음부터 감소하면서 모든 지표도 감소하기 시작, 20년 장기불황이 이어졌습니다. 우리는 그 해가 올해입니다. 경제활동 똑같이 해도 인구가 줄어들면 경제성장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섯 번째는 외교 절벽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보호무역주의가 커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다음 정부가 해결해야 할, 우리 앞에 닥친 현안 과제가 됐습니다.

그러면 우리 앞에는 무엇이 놓여져 있나. 4차 산업혁명입니다. 왜 4차산업혁명이 문제입니까. 그동안 1차, 2차, 3차는 한가지 기술에 의한 혁명이었습니다. 1차는 증기, 2차는 전기, 3차는 정보기술(IT), 한 가지 기술에 따른 변화여서 미래 예측이 가능했습니다. 정부가 미리 계획을 세워서 끌고 가고, 어떤 인재가 필요한지 알았으니 교육부에서도 끌고 갔습니다. 문제는 4차 산업혁명입니다. 완전히 다릅니다. 한가지 기술에 의한 혁명이 아니라 첨단기술이 동시에 발전해서 융합을 이루는 게 4차 산업혁명입니다. 이러면 미래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해집니다. 국정철학을 완전히 바꿔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미래 예측이 가능했던 시대여서 정부가 앞에서 끌고 갔다. 이제는 앞에서 끌고 나가면 방향이 엉뚱해집니다. 이제는 앞이 아니라 뒤에서 밀어줘야 합니다. 먼저 결정하는 게 아니라 민간이 결정하고 정부는 거기에 지원해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한 정부의 국정 운영 방식입니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어떻게 할 것인가. 경제 성장과 일자리에 국한해서 말하자면 정치인마다 근본적으로 철학이 다릅니다. 언론에서 모든 대통령 후보의 경제정책이 똑같다고 하는데 이건 잘못됐습니다. 분명히 차이가 있습니다. 언론에서 정확하게 못 짚고 있습니다. 어떤 철학 차이냐. 어떤 후보는 경제 살리고 일자리 늘리는 주체가 정부, 정치라고 합니다. 이것은 잘못됐습니다. 일본을 보면 압니다. 일본은 역사상 가장 많은 재정을 쏟아부었다. 경제 살리지는 못했습니다. 경제 살리고 일 늘리는 주체는 정부가 아닙니다. 주체는 기업과 민간이라는 철학이 있습니다. 정부가 할 일은 일자리 만들고 민간에서 경제활동을 하도록 튼튼한 기반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 기반은 무엇인가.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 교육입니다. 교육을 개혁해야 합니다. 기업에서 쓸 수 있는 인재를 만들어야 합니다. 두 번째는 과학기술에 제대로 투자해서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합니다. 우리만의 원천기술을 많이 갖춰야 합니다. 세 번째는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산업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실력보다 백이 이기는 사회는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 못하고 대기업과 싸워서 지면 누가 노력하겠습니까. 그게 정부의 일입니다. 이 세 가지 분야에서, 창의적인 인재가 많이 있고 우리가 쓸 수 있는 과학기술이 있고 사업 기술이 있으면 민간에서 자유롭게 힘내고 그게 바로 경제성장이고, 일자리 늘리기입니다. 이렇게 근본적인 절학에 큰 차이가 있는데 왜 차이가 없다고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중소기업 이야기를 좀 더 해보겠습니다. 중소기업, 벤처기업, 창업이 우리의 희망입니다. 왜냐면 일자리를 만드는데 대기업의 역할은 거의 없어서입니다. 통계를 보면 5년 동안 대기업 일자리는 줄었습니다. 당연한 결과입니다. 글로벌 경쟁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일자리 창출은 바로 중소기업과 벤처에 있습니다. 거기서 열심히 노력해서 중소를 넘어 중견기업, 대기업이 될 때 양질의 일자리가 생깁니다.

중소기업이 잘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책과제는 세 가지입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첫 번째 왜 우리가 경쟁력이 약한가. 그것은 연구개발 투자가 어려워서입니다. 돈, 인력 여러가지 부족한 부분을 제대로 보강해줘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국책연구소가 많은데 대기업을 위해서 일합니다. 고급기술인력은 중소기업, 벤처기업 전용 연구개발(R&D) 센터로 역할해야 합니다. 그게 국책연구소 역할입니다. 두 번째는 인력 문제입니다 청년들은 사상최악의 구직난에 빠졌습니다. 그런데 중소기업은 구인난입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가. 임금 격차 떄문입니다. 중소기업 마다 다르지만 대기업의 초임 기준에서 60% 밖에 지급 못해서 청년들이 지원을 주저합니다. 이걸 한시적으로 메워줘야 합니다. 국가에서 지원해서 대기업의 80% 수준으로 지원해줘는 게 필요합니다. 내세운 공약이 '청년취업 보장제'입니다. 어떻게 하는 것인가.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에 대해 매달 50만원 보조를 2년간 한시적으로 합니다. 개인이 2년 열심히 일하면 전문성을 기를 수 있습니다. 그러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후 청년은 계속 일하거나 새로 취직을 하거나 창업에 나설 수 있습니다. 같이 발전하는 토대가 필요합니다. 예산은 10만명 정도를 초기 예산으로 봅니다. 1년차 혜택은 10만명. 그 다음은 2년이니 20만명, 4~5년간 5조4000억원 재정이 지출이 필요합니다. 정부가 일자리 예산 17조원 써왔으니까 추가 재원없이 지금 예산을 재배치 하면 가능합니다.

중소기업은 좋은 인력들이 노력하면서 탄탄한 기업으로 됩니다. 그 과정에 어떻게 하면 중견기업을 넘어 대기업이 될 수 있나. 공정한 사업구조 만들기가 중요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개혁입니다. 제가 처음 창업했던 20년 전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공정위는 꼭 개혁해야 합니다. 독일에 가보니 공정위가 베를린에 있지 않고 멀리 있었습니다. 통일 이후 다른 먼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자기들은 경제부처의 준사법기관인데 같은 지역에 있으면 마음 약해질까봐 멀리갔다고 합니다. 이게 차이입니다. 우리는 공정위가 경제부처의 한 부서입니다. 경제부처의 오른팔입니다.

공정위 개혁의 큰 방향은 세 가지입니다. 먼저 권한 강화입니다. 처음에 기업 결합 승인 권한뿐 아니라 어떤 기업이 독과점을 하고 있으면 그 기업 분할 권한까지 줘야 합니다. 다음은 투명성 강화입니다. 회의록을 다 공개해야 합니다. 요약본이 아니라 원본 그대로 공개해야 합니다. 세번째는 독립성 강화입니다. 미국에 가보니까 공정위 임기가 5년입니다. 대통령은 임기가 4년이니까. 공정위는 대통령보다 임기가 길어야 마음대로 못한다고 했습니다. 그런게 상식아닙니까. 우리나라는 현재 대통령은 5년, 공정위는 3년입니다. 제대로 임기를 채우지도 못합니다.

시간 재촉해서 하나만 더 추가하고 싶은데 한번 실패한 사람에게 재도전 기회를 줘야 합니다. 미국 실리콘밸리는 성공 요람이 아닙니다. 실패의 요람입니다. 실패한 기업은 재도전 기회를 줘서 한번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성공확률을 높여서 2~3번 실패한 끝에 성공하면 결국 사회 보탬이 되는게 아니겠습니까. 개인의 실패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나라, 그런 나라 꼭 만들겠습니다.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