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대행 면담 '결례' 감안 일단 보류했지만 공조 논의 필요

85일만에 돌아온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일본대사와의 면담 문제를 놓고 정부가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조율되지 않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 면담을 먼저 거론하는 외교적 결례를 해가며 나가미네 대사는 현재 정상인 황 대행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 홍용표 통일부 장관, 한민구 국방부 장관 등과의 면담을 신청한 상태다.

정부는 6일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 계기에 "외교관례, 면담 필요성 등을 종합 검토해서 우리 정부가 자체적으로 판단할 예정"이라며 황 대행 등과 나가미네 대사간의 면담에 대해 '일단 보류' 기조를 밝혔다.

더불어 조 대변인은 나가미네 대사가 지난 4일 귀임 직후 공항에서 황 대행을 만나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데 대해 "외국정상 예방과 관련한 사항을 양측간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외적으로 언급한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정부가 '일단 보류' 방침을 정한 것은 국민 정서를 참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가미네 대사는 지난 4일 귀임 직후 "즉시라도 황 대통령 직무대행 국무총리 등 중요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한일 (위안부) 합의의 실시(이행)에 대해 강력하게 요구할 생각"이라고 말해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을 불렀다.

일본 정부가 마치 위안부 문제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듯한 고압적 태도로 소녀상 이전을 요구하면서 이례적으로 대사를 3개월 가까이 본국 소환하는 동안 국민의 대일 감정이 악화했고 외교적 결례 논란까지 더해진 터에 황 대행이 곧바로 일본대사를 만나는 것은 국민 정서상 맞지 않다는 것이 정부의 1차 판단으로 풀이된다.

일본대사가 통상 업무 협의시 외교차관 또는 차관보를 만나왔다는 점에서 '격'의 문제도 있다.

하지만 정부는 북한이 핵실험을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한미일 간의 대북 공조 문제와 한일관계의 추가 악화를 막아야 하는 점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오는 6∼7일(미국시간) 북핵과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의 향배에 고비가 될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상황에서 미국의 두 동맹국인 한일이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도 정부 일각에서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대사를 현직 정상인 황 대행이 만나는 것은 '격'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정부일각에서는 '일본 정상인 아베 총리의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면 만날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결국 차관급인 김규현 외교안보수석이 6일 오후 나가미네 대사와 면담한 것은 대북 공조와 한일관계 관리 등 측면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한일관계의 제반 상황 등을 감안해 황 대행과 나가미네 대사의 면담을 진행할지 여부를 이르면 내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 대행의 아래 급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만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