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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끝내 구속되면서 그의 19년 정치 인생은 비극으로 끝나게 됐다.

지난해 10월 말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후 1차 대국민사과를 한 지 45일 만에 국회에서 탄핵을 당했다. 직무정지 상태로 청와대 관저에서 칩거하며 법리투쟁에 나섰다. 헌법재판소는 탐핵심판 91일 만에 전원일치 판결로 ‘대통령 박근혜 파면’ 결정을 내렸다. 20일 뒤 자연인 박근혜는 감옥살이 신세로 전락했다. 그는 작년 11월4일 2차 대국민담화에서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다”고 착잡한 신경을 밝혔다.

대한민국 첫 여성·부녀 대통령이라는 진기록을 세우며 화려하게 취임한 박 전 대통령은 이제 그 영광을 뒤로하고 숱한 오명을 남긴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헌정사상 첫 파면 대통령에 이어 검찰소환 조사를 받은 세 번째 전직 대통령,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첫 전직 대통령이란 치욕을 당했다. 그야말로 영욕이 교차한 정치 인생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부모를 차례로 총탄에 잃고 1979년 청와대를 떠난 뒤 외부와 접촉을 끊고 사실상 칩거했다. 18년간의 ‘은둔생활’을 접고 1997년 11월 옛 한나라당에 입당해 정치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듬해 4월 대구 달성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이겨 여의도에 입성했다. 이후 19대 때까지 5선 의원을 했다.

2004년엔 불법 대선자금 사건으로 ‘차떼기 당’이라는 오명을 얻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휘청거리던 한나라당 대표를 맡았다. 천막당사로 옮기고 한 달 후 총선에서 나름 선전하며 정치적 입지를 다졌다. 당 대표 2년3개월간 선거 때마다 완승해 ‘선거의 여왕’이란 별명을 얻었다.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접전 끝에 패배했지만,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연설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누르고 첫 여성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집권 4년차에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려 끝내 파면되고 말았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2일 청와대에서 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복귀하며 “시간은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구치소에서도 치열한 법정투쟁을 통해 명예 회복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