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국민의당 온도차…"엄중처벌" vs "朴그림자에 시간허비 안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은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며 불복을 시사하는 메시지를 낸데 대해 "국민통합의 소명을 외면하고 지지자들에게 불복은 선동하는 것"이라고 '십자포화'를 쏟아냈다.

그동안 야권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보수세력의 재집결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대응수위를 조절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전날 '불복 시사' 발언 이후에는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는 데 힘을 집중하고 있다.

다만 국민의당에서는 "지나치게 박 전 대통령의 그림자에 붙잡혀서도 안된다", "무조건 승복하라고 아우성치는 것은 안된다" 등의 차분한 대응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는 조기대선 국면에서 진보층이 쏠리고 있는 민주당을 견제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날 두 야당은 박 전 대통령을 집중적으로 성토했다.

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박 전 대통령은 지지층만을 위한 분열의 언어를 사용했고, 불복과 선동의 얼굴을 보였다"며 "몰염치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으니 충격과 분노를 가눌 길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도 진실을 밝히자고 했으니, 신속한 수사가 당연하다"며 "철저하고 엄중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추미애 대표도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께서 그나마 갖고 있던 연민과 관용을 버렸을 것"이라며 "이제 관용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은 이제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에 응해 진실을 밝히는 데 협조해야 한다"며 "검찰도 단호한 수사로 죄를 엄히 다스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사저로 복귀한 전직 대통령이 일정 기간 추스를 시간을 드리는 것이 예의가 아닌가 생각했는데, 불복 선언을 들으며 그런 마음조차 사라졌다"고 말했다.

김영주 최고위원도 "극소수 극우세력만 인정하고 국민과는 끝까지 싸우겠다는 것"이라며 "참 나쁜 전직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에서도 공세가 나왔다.

박지원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승복, 반성, 통합 메시지는 끝내 없었다. 국민은 실망했다"며 "자신의 미래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먼저 생각하기를 바랐다"고 비판했다.

주승용 원내대표도 "진실은 청와대가 아니라 검찰에서 밝히는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임해 진실을 소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배숙 정책위의장은 "쓰러진 사람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것은 안 될 것 같아서 언급을 자제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지만, 한마디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어제 사저 현장은 연예인 팬미팅 현장을 방불케 했다. 손을 흔들다니 제정신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인가. 재판에서 형량 가중의 사유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도 국민의당에서는 지나치게 공세에만 몰두해서는 안된다는 주장과 함께, 민주당을 겨냥한 듯 이 사안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 대표는 "박근혜의 그림자에 대한민국은 붙잡히지 않겠다. 박근혜의 그림자에 붙잡혀 시간을 허비할 여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황주홍 최고위원은 "통합과 포용의 정치가 시작돼야 한다"며 "적대감과 증오와 부정의 정치는 다른 당의 몫으로 남겨도 된다. 민주당이나 정의당이 그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청와대에서) 한 이틀 잤나. 이를 두고 '빨리 나와라' 라고 하거나, '승복하라' 라고 아우성치는 정파 세력들이 있다"며 "우린 다른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손금주 최고위원은 "모든 정치권이 탄핵을 박 전 대통령의 비상식적인 행동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