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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강남구 삼성동 집으로 돌아온 다음 날인 13일에도 사저 안팎은 분주했다.

해 뜨기 전부터 경호인력이 들락날락하며 아침을 맞을 준비를 했다. 이들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거나 청와대 경호원을 상징하는 배지가 보이지 않게 뒤집어 다는 등 신분 노출을 최소화했다.

오전 7시 24분께 박 전 대통령이 전날 돌아올 때 타고 온 에쿠스 차량이 집 밖으로 나왔으나 5분 만에 돌아왔다. 이 차량은 약 2시간 뒤에 다시 집을 나왔는데 뒷좌석에 커튼이 처져 있어 누가 타고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정수기 1대와 생수 2통을 실은 트럭이 오전 8시 50분께 집 앞에 도착했다. 잠시 후 이 트럭은 대형 온풍기를 싣고 나왔다. 집 안에서 서류뭉치로 가득 찬 박스가 붉은 노끈에 묶인 채 나와 트럭에 실려 가기도 했다.

곧바로 노란색 서류봉투를 든 퀵서비스 배달기사가 초인종을 눌렀지만, 박 전 대통령 측에서 이를 받지 않고 반송했다. 봉투 밖으로 삐져나온 A4 용지에는 '한우리 밝근…/서울특별시…'라고 적혀있었다.

자유한국당 조원진 의원이 오전 10시 10분께 홀로 박 전 대통령의 집을 찾았다. 조 의원은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사저에 들어가 박 전 대통령을 만났다.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 십여 명은 태극기를 흔들며 전날부터 밤새 사저 앞 골목을 지켰다.삼삼오오 모여있던 지지자들은 '억지 탄핵', '탄핵무효'를 외치거나 취재진을 향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지지자들이 사저 맞은편 건물 위로 올라가려는 취재진을 막으려고 하자 경찰이 이를 제지하고 나섰다. 한 지지자는 취재진이 박 전 대통령의 집안을 사진 찍는 것은 불법이며 인권침해라며 112에 신고하기도 했다.

승려복을 차려입은 한 여성은 박 전 대통령의 집을 바라보며 한 차례 합장하고 떠났다. 동네 주민 김희진(77)씨는 "박 전 대통령이 돌아와서 불편한 건 없지만 밤늦게까지 태극기 흔들고 소리 지르는 사람과 이를 취재하려는 언론 때문에 좀 힘들기는 하다"고 토로했다.

경찰은 사저 주변에 방범순찰대 1개 중대와 우발상황에 대비한 3개 중대 등 경찰병력 320여명을 투입해 관계자 외 사저 접근을 막고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