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대통령 탄핵 정국이 마무리되면서 최대 관심은 ‘문재인 대세론’이 유지될지 여부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 지지율은 최근 30%대 초·중반을 기록하며 굳건하게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탄핵 정국은 문재인 대세론 형성에 최대 수혜를 줬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제 대선 이슈는 탄핵에서 대연정, 개헌, 안보 등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문 전 대표는 이런 이슈들을 둘러싼 다른 주자들의 협공을 이겨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세론은 한 방에 무너질 수도 있다.

◆문재인 vs 김종인 싸움 가능성

최대 변수는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움직임이다. 김 전 대표는 제3지대에서 ‘반문(반문재인)’ 세력을 묶는 작업을 하고 있다. 개헌을 고리로 한 그의 제3지대 ‘빅텐트’ 성사 여부에 따라 대선 판도는 달라질 수 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8일 탈당 뒤 당을 가리지 않고 여러 정치지도자를 만나고 있다. ‘문재인 대세론’ 판 깨기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인명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과 조찬회동을 했다. 개헌과 ‘반문’을 고리로 한 중도·보수 세력의 연대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 위원장은 “개헌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가 대통령 탄핵 직후 한국당 지도부와 접촉하면서 친박(친박근혜)계까지 포함한 개헌연대를 구상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최근 한국당에서는 김 전 대표 영입설이 돌았다.

김 전 대표는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과 9일, 남경필 경기지사와 10일 각각 오찬을 했다. 남 지사는 “어떤 대통령이 뽑히더라도 협치 없이는 국회를 이끌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다음 정권은 180석이 넘는 협치 체제를 구축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고 화답했다. 또 “이번 대선도 지금 구도대로 안 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과 국민의당 대선주자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도 만나 개헌을 논의했다.

‘빅텐트’ 성공 관건은 국민의당과 연대할 수 있느냐 여부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연대·연합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김 전 대표와 쉽사리 손을 잡을지는 미지수다.

◆보수 대 진보 49 대 51 대결?

안보 문제도 주요 변수다. 북한은 잇달아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을 했으며, 최대 규모의 6차 핵실험도 예고하고 있다. 대선 전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선거 구도는 일단 진보 대세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안보를 두고 보수와 진보의 49 대 51 대결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 전 대표가 미국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며 ‘미국에 대해 노(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발언하자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일제히 비판했다. 두 당은 “지금은 북한과 중국에 ‘노’라고 해야 할 때”라며 ‘안보 프레임’을 작동시키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탄핵에 대해 찬성이 많고, 사드 배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탄핵 찬성파들도 사드 배치 등 안보 문제는 보수적 시각을 갖고 있는 층이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 전 대표의 고민도 이 부분에 있다.

◆‘문재인 대세론’의 적은 문재인?

대세론의 또 다른 변수는 문 전 대표 자신과의 싸움이다. 1위 주자는 다른 주자들의 집중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 자신과 측근들이 자칫 말과 행동에서 실수라도 하면 지지율이 급락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른바 ‘자살골’이다. 문 전 대표가 영입한 표창원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누드 패러디로,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은 5·18 발포명령 관련 발언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