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떨구고 눈물 글썽…바른정당 향해 "배신자들" 원망하기도
인명진 "서로 위로하자"…정우택 "자중하고 겸허하되 좌파집권 저지"

박근혜 전 대통령이 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파면당하자 자유한국당은 고개를 떨궜다.

이날 초상집이나 다름없는 한국당에선 4년 전 집권 당시 보였던 자신감과 기세를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 6층에서 주요 당직자들과 함께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를 TV로 지켜봤다.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이 몇몇 탄핵 사유에 대해 "그러나", "그러나"라며 인정하지 않을 때까지만 해도 이들의 낯빛이 그리 어둡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권한대행이 파면 주문을 읽기에 앞서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을 인정하며 "피청구인(박 전 대통령)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이라고 밝히자 곳곳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굳은 얼굴로 깍지를 낀 채 모니터를 응시하던 의원들은 낙담한 표정이 역력했다.

인 위원장은 탄핵 인용이 결정되자 당직자들과 함께 4층 기자실로 내려왔다.

연단에 선 인 위원장은 직접 써 둔 입장문을 꺼내 읽었다.

그는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를 드린다"며 비대위원들과 함께 허리를 숙였다.

"한국당은 지금 이 순간부터 집권 여당이 아니다"고 선언할 때 몇몇 당직자가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한국당은 오후에 국회 본청에서 의원총회를 열었다.

의총을 준비하던 한 당직자가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며 탄핵에 찬성하고 탈당한 바른정당 의원들을 두고 "그 배신자들"이라고 비난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간간이 한숨 소리만 들릴 뿐, 침통하게 가라앉은 의총장에서 인 위원장이 입을 뗐다.

그는 "모두 참담한 심정이리라고 생각한다.

저도 입에서 말이 나오지 않고, 심정이 말로 다할 수 없이 참담하다"며 "서로서로 위로하자"고 말했다.

이어 "후회도 있고, 원망도 있고, 자책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다 지나간 일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가 하나가 될 때, 뜻을 같이할 때 능히 어려움을 딛고 일어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헌재의 결정에 많은 아쉬움이 남지만, 겸허히 수용하고 존중해야 한다"며 "더욱 언행에 자중하고, 겸허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집권 여당 자리는 내놨지만, 제2당으로서 해야 할 일은 책임 있게 견지해야 한다"며 "좌파 세력이 득세하고 대세론을 펼 때 한국당을 다시 한 번 믿어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총을 마친 의원들은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며 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애써 피했다.

유기준 의원은 "숙연한 시간을 갖자고 했다"고 전했다.

김광림 의원은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것"이라며 심경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이슬기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