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석 확보 필요" 친문·친박 뺀 세력결집 내걸고 '빅텐트' 모색
추가 탈당 관측속 민주 개헌파도 '꿈틀'…유승민·남경필과 연쇄회동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가 9일 여야를 넘나드는 광폭 행보로 '비문(비문재인) 연대' 세력화에 시동을 걸었다.

김 전 대표는 탈당 직후 국민의당 대선주자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을 만났다.

10일에도 바른정당 대선주자 남경필 경기지사를 만나는 등 연쇄회동을 이어간다.

특히 김 전 대표가 '180석 확보'의 필요성을 앞세워 연정론을 화두로 들고 나오고, 남 지사도 이에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보이면서 연정을 고리로 한 제3지대론이 점차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여기에 민주당 내에서 개헌파 의원들의 추가 탈당설이 이어지는 가운데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이 공동개헌안을 고리로 민주당을 포위하면서 원심력이 더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반대 편에서는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제3지대가 국민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와 '찻잔 속 태풍'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적지 않다.

김 전 대표는 이날 CBS라디오에 나와 "국회 선진화법 등을 고려할 때 180석 이상의 의원을 규합할 협치를 갖추지 않으면 다음 정부는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만나 "앞으로 수립되는 정부는 180에서 200여석 (규모로), 이렇게 좀 안정된 연립정부 구도로 가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한 것에 이어 연일 연정론을 띄우는 모습이다.

남 지사 역시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전 대표는 중도지역 대연정을 함께 할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논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의 이런 움직임은 기존 정당에서 친문(친문재인)·친박(친박근혜) 세력을 제외한 중간지대 의원들을 모두 끌어모으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본격적으로 세를 불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는 "그동안 친박과 친문이 각각 여야를 주도하면서 한국 정치가 발전하지 못한 것 아닌가"라며 "이제 '비패권지대'를 만들어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인사 역시 "김 전 대표가 말하는 180석은 선진화법의 장벽을 뚫을 수 있는 의석을 의미하지만, 친문과 친박을 뺀 의원들의 숫자와도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내에서 개헌파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도 이런 제3지대 형성 분위기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민주당 비문계로 분류되는 이종걸 의원은 '5년 단임 분권형 대통령제'를 골자로 하는 자체 개헌안을 만들었으며, 이 안을 개헌특위에 상정하거나 당론으로 채택해달라고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3당 공동으로 개헌안을 발의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상황에서 민주당 개헌파들이 여기에 합류할 가능성도 있다.

이날 비문진영 의원 모임인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에서도 개헌론에 대한 얘기가 오갔다고 한다.

모임에 참석한 한 의원은 "민주당 개헌파의 자체 개헌안이 개헌특위에서 부결된다면, 이들은 다른 3당의 공동발의에 참여할 명분을 얻는 셈"이라고 말했다.

당내 개헌론 갈등이 첨예해질 경우 원심력이 강해져 김 전 대표의 뒤를 잇는 '릴레이 탈당'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김 전 대표의 트레이드 마크가 '경제 민주화'인 만큼 이를 연결고리로 하는 중간지대 형성 움직임도 벌어질 수 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과 만나 정국 현안을 논의했다.

일각에서는 경제민주화에 뜻을 둔 이들을 중심으로 '경제연대'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10일 진행되는 남 지사와의 오찬 회동도 주목된다.

남 지사는 "김 전 대표와는 큰 틀에서 경제민주화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지난 대선 때 같이 일했다"고 소개한 뒤 "경제민주화로 연대를 할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런 '제3지대론'이 결국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미 대선전 개헌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개헌파'들의 모임이 국민에게 설득력을 가질지 장담하기 어렵다"며 "민주당 개헌파들이 자칫 정치공학적 이합집산을 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는 대선주자가 없다는 것도 제3지대론을 약화하는 요인이다.

이 관계자는 "탄핵이 인용된다면 바로 주자들의 레이스가 시작되고, 국민의 시선이 모두 거기로 쏠릴 것"이라며 "연정론이나 개헌론은 관심권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서혜림 기자 hysup@yna.co.kr